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한류 열풍 탓에 전체 적자 폭은 줄어들고는 있지만 주력 수출품인 전기 및 전자기기 제품의 경우 애플 등 기업에 가져다 바치는 로얄티 때문에 대(對) 미국 적자는 여전히 큰 폭을 기록하고 있다. 또 삼성·LG 등 대기업의 베트남 생산기지 건설 효과로 늘어난 흑자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되레 악화하는 모양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40억달러였다. 이는 전년 대비 5억3,000만달러 줄어든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2010년 39억8,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지식재산권 수출이 지난해 100억3,000만달러까지 늘면서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수지 개선세를 이끈 것은 저작권 수출이었다. 2010년 8억9,000만달러에 불과했던 저작권 수춫ㄹ은 지난해 40억9,000만달러까지 늘어있다. 특히 연구개발 및 소프트웨어 저작권 수출은 같은 기간 5억6,000만달러에서 30억1,000만달러로 늘었다. 게임업체의 수출이 늘어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에 지식재산권 무역수지(16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만 해도 베트남의 무역흑자는 7,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삼성이나 LG의 휴대폰·반도체 공장 건설로 현지법인에 대한 특허 및 실용신안권 수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지식재산권 적자는 여전히 폭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의 지식재산권 수출은 14억9,000만달러로 예년 대비 줄어들었지만, 수입은 81억7,000만달러로 14억5,000만달러 늘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 제조업의 대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48억7,000만달러로 전체 적자 40억달러를 상회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기업 전기·전자제품의 경우 미국 통신관련 기업의 원천기술을 사용하면서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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