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종로구 원남동 지스타일 공방에서 만난 오건선 대표는 “주얼리업은 귀금속 중량의 소수점 세자리 단위까지 다퉈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제작자, 판매상들 간의 신뢰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자녀들이 고맙게도 모두 주얼리 분야에서 일을 하겠다고 나서 유통 과정이 투명해졌고 이 때문에 사업의 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가족간의 믿음도 더 커졌다”고 말했다.
가족간의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오현우 대표가 합류하면서 커플링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온라인몰을 열었는데 이 온라인몰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감각에 맞는 주얼리를 남들보다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현우 대표는 “아버지는 주얼리 산업에서 잔뼈가 굵어 업종의 유통과정을 꿰뚫고 계시고 저는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가족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바로바로 제공하거나 만들 수 있게 됐다”며 “가족 모두가 같은 업종에 종사하다 보니 대화도 잘 통하고 업무를 하면서도 서로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건선 대표가 25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주얼리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밀수업자나 사치품 판매업자라는 편견이 심했다. 그래서 더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오건선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만해도 주얼리는 사치품목이라며 각종 세금을 물리는 등 정부의 규제가 심했고 유통과정이 불투명해 밀수업자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면서도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얼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가족들과 함께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중국이 우리나라에 주얼리를 수출할 때는 관세를 물지 않는 반면 우리 주얼리가 중국으로 수출될 때는 35%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결정돼 그 점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오현우 대표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 직접 진출해 자신만의 브랜드로 승부할 생각이다. 그는 “중국에서는 많은 주얼리 박람회가 열리는 데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제작한 주얼리를 들고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주얼리 산업이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나만의 브랜드를 키우고 가족들과 함께 한다면 어려운 점들도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업을 하는 부자(父子) 간에서도 주얼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소 다르다. 오건선 대표에게 주얼리는 평생직장이다. 그는 “주얼리는 모두 사람들이 하는 것이고 대량 생산이 어려워 디자인과 제작을 모두 할 수 있는 인재라면 지금 진입해도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며 “주얼리 사업은 정년이 없어 하고 싶은 만큼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인재들도 많이 유입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현우 대표에게 주얼리는 도화지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현우 대표는 “주얼리는 생각보다 원하는 디자인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으로 반응을 들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며 “주얼리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많고 지원해주는 재단도 있기 때문에 나만의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또래 청년들에게도 좋은 직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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