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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CTO '귀하신 몸'

기술인력 수요 많지만 공급 적어

업계, 인기 CTO 섭외 만만찮아

잦은 이직 등 성장 걸림돌로 작용

정부 자금지원 외 대책마련 시급

카메라 필터 앱 ‘레트리카’를 만든 ‘벤티케익’과 영문 교정 서비스 ‘채팅캣’은 서울 구글 캠퍼스에 함께 입주해 바로 옆자리에서 지냈다. 지난달 말 1년간의 지원이 끝나 채팅캣은 구글 캠퍼스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이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카카오 출신으로 채팅캣에서 일하던 한태욱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벤티케익’으로 이직하게 됐다. 김 에이프릴 채팅캣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에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CTO의 잦은 이탈 현상이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개발자로 불리는 기술인력의 공급이 적어 항상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능력 있는 CTO의 섭외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엔젤투자협회가 벤처·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을 위해 매달 여는 교류 모임인 ‘고벤처포럼’에는 개발자와 CTO 구하기에 나선 스타트업들로 붐빈다.

기술 지식이 없는 창업자들에게 CTO의 역할은 중요하다. 서비스형 스타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 아이템의 희소성과 미래 성장성을 더 인정받기 때문에 기술집약형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금을 유치할 때 협상 테이블에 앉기가 수월하다. 초기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스타트업의 시장성 여부를 판단할 때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기반 기술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진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개발해야 하다 보니 기술 인력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인기 있는 CTO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CTO 인력 부족 현상은 우리나라 스타트업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CEO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력 확보는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지만 기술 집약형 스타트업들은 서비스형 스타트업보다 CTO 등의 인력 확보가 더 어렵다”며 “그나마 있던 기술 인력들도 요즘에는 중국의 러브콜을 받아 국내를 떠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중소기업청에서 기술 기반 창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자금 지원 이외에 실질적인 기술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엑셀러레이터(초기 스타트업 양육기관)와 벤처캐피탈(VC) 등에서 대학생이나 교수들을 연결해주고 있지만 절대적인 공급이 적고 인턴이나 프로젝트 멤버 등의 단발성 계약이 주를 이룬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다른 스타트업 이사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좁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CTO나 책임 개발자들의 이직은 더 많아질 것이고 이로 인해 스타트업의 사기도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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