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모니터가 나를 비추고 있다. 엄밀히는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 나를 보여주고 있다. 실시간 현재의 내 모습뿐 아니라 지연송출로 과거의 내 모습도, 슬로모션과 건너뛰기 기법으로 편집된 나의 모습도 보여준다. 작품을 보러 왔다가 도리어 관람하는 내 자신을 보게 만드는 이 작품은 미디어아티스트 박종규의 최신작이다. ‘감시사회’의 주제는 정치사회학자들의 문제를 넘어 현대미술가들에게도 중요한 화두다. 14개의 모니터로 이뤄진 작품 중 절반은 전시장을, 나머지 7개는 바깥을 보여준다. 역설적인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한낮의 도심 풍경과 빠르게 돌아가는 현란한 도시 야경, 끝없이 반복되는 퇴근길 버스 안 등은 현대인의 일상을 되짚는다. 폐쇄회로(CC)TV를 사용한 비디오 영상 설치작업을 통해 작가는 “서로가 보고 보여지고 감시하고 감시받는 현상들이 뒤엉켜 모호해진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조형적 구조물 안에서 보여줌으로써 복잡미묘하고도 위험한 관계를 체험해보게 했다”고 말한다. 서울 자하문로에 위치한 리안갤러리에서 6월30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이뿐 아니라 오류나 잡음 같은 “선택에서 배제되고 삭제된 것”들을 화폭으로 끌어내 단색조의 추상회화 형식으로 표현한 ‘Maze(미로)’ 연작도 다수 볼 수 있다.
/글·사진=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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