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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INTERVIEW]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사람 중심의 맞춤형 지원 강화로 창조적 연구 환경 조성에 힘쓸 터"





“올해도 재단의 미션인 창의적 연구와 글로벌 인재양성 지원을 향한 끊임없는 도약을 계속 추진할 것입니다. 기초연구 지원 규모나 방식 등에서 연구자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연구자가 연구비와 연구기간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장기연구, 심화연구 기간도 최장 10년까지 확대할 것입니다.”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연구자 중심의 창조적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성과중심의 연구내용을 관리하는 고도화된 연구지원체계를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Q. 한국연구재단은 국가 R&D 예산(19조 1,000억원)의 23.5%인 약 4조5,000억원을 연구자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달라진 연구지원 사업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 재단은 연구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부턴 연구자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탄력적인 연구지원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구자에게 필요한 연구비 및 연구기간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연구내용에 대한 정성평가와 함께 연구비·연구기간 적정성을 평가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생각입니다.

또한 연구 여건 변화에 따른 연구과제 변경을 허용함으로써 연구수행의 유연성을 높여나갈 것입니다. 특히 장기 및 심화연구를 통해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연구기간도 기존 3년에서 최장 10년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수 과제에 대해선 후속연구 지원도 해줄 생각입니다.

그 밖에도 중복성 검토를 완화해 같은 주제라도 심화·발전이 가능하거나 다른 방법론 등이 인정되는 경우, 장기적인 심화 연구를 장려해 나갈 것입니다.

저희 재단은 신진·중견 연구 등 소액과제 선정평가를 온라인 평가로 간소화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내용의 심층 검토가 필요한 총 연구비 3억원 초과 과제는 토론 및 발표 평가를 추가했습니다. 신진·중견연구의 연차점검을 폐지하고, 연구비 1억5,000만원 이하 소액과제는 최종평가를 원칙적으로 생략한 것입니다. 덕분에 연구자들의 행정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Q. 연구비 배분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기초연구를 살펴보면 신진, 중견, 창의 연구 등 현재 사업마다 예산이 정해져 있어 선정률이 들쑥날쑥한 편입니다. 그래서 블록펀딩(block funding)을 도입했습니다. 완전한 블록펀딩은 안되더라도 개인 연구 단위에서 유연하게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올해 총 예산은 4조 4,999억 원으로, 그 중 정부수탁사업 비중이 약 98.8%(4조 4,462억원)입니다. 여기에는 연구개발(63.5%), 인력양성(25.2%), 연구진흥 및 기반구축(9.6%), 국제협력(1.7%)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단의 주요 고객은 바로 연구자들입니다. 그래서 저희 재단은 연구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국 순회 간담회와 연구과제 탈락자와의 간담회 등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덧붙여 개별 연구자 외에도 산학협력단장, 대학총장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청취해 현장 중심의 연구지원 및 정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올해는 연구자 중심의 창조적 연구환경 조성에 힘쓸 생각입니다. 연구자 맞춤형 지원의 경우 학문분야와 연구내용 등에 맞게 과제별 연구비를 차별화하는 등 탄력지원 방식으로 개선하고, 연구기간 내 연차별 연구비도 차등 지급하게 됩니다.

이밖에 미래 유망 분야 선도를 위한 도전적 연구영역 발굴, 기존의 판을 뒤흔들어 시장 흐름을 통째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기술 기획에도 착수할 것입니다.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대학특성화(CK)사업 같은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의 교육기반 구축에도 힘쓸 것입니다.




Q. 이사장 취임 후 재단에 어떤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임기 내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연구지원 체계 정립과 장기적인 성과를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사업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재단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변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장기적 접근은 연구지원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학과 이론물리학 같은 분야에서 적은 예산으로 10년 정도 장기 연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 저희 재단은 2년 전부터 신입사원 채용 때 학력, 성적, 어학점수 같은 이른바 스펙을 배제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신규직원의 만족도와 직무능력이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Q. 여전히 미흡하다거나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재단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나 사업 중엔 정부 부처에서 정해져서 내려오는 것이 있는데, 저희는 여기에 좀 더 현장 의견이 많이 반영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문제를 거론하자면, 연구비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실제 재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나 경상비 같은 돈은 매우 적다는 점입니다. 기획재정부 예산 편성 때 이 부분에 좀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전문성 있는 평가위원을 모시고 제대로 된 평가를 하고 싶어도 예산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Q. 일선 연구현장에선 연구성과 평가제도에 대한 변화 요구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평가의 전문성, 공정성, 객관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건 앞으로도 계속 담보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연구성과 평가는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에 치우쳐 있었지만 지금은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올해는 순수기초와 응용기초 평가지표를 차별화하고, 창의적, 도전적 과제평가를 위한 심층 평가제도도 내실화를 꾀할 계획입니다. 평가자의 다양성(해외평가자, 산업체·연구소 평가자 등) 강화, 국내 최고 수준 전문가로 구성된 핵심(우수)평가자 풀 확대 등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Q. 일반 국민들이 과학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양한 과학프로그램과 인문학 대중화 사업도 활발하게 펼치고 계신데요.
과학기술의 근원적인 출발점은 사람이고, 성과 또한 사람에게 환원됩니다. 우리 재단은 ‘즐거운 이동과학교실’, ‘금요일에 과학터치’ 등을 개최하며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이동과학교실은 소규모 초·중·고교를 방문해 우수 연구자의 과학강연, 연구실 견학, 과학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금요일에 과학터치와 ‘우수연구자와 함께하는 토요과학 강연회’는 중·고교 자녀를 둔 학부모께 추천드리고 싶은 행사죠.

먼저 금요일에 과학터치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5개 지역별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우수성과를 알리는 프로그램으로,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매주 금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강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총 191회를 개최해 2만642명이 참여했으며 매우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습니다.

우수연구자와 함께 하는 토요과학 강연회는 매월 2회 서울시과학전시관에서 개최되는 프로그램으로 DNA, 자석, 반딧불이와 OLED 디스플레이, 전기, 결정과 나노물리의 세계 같은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공계 진로를 탐색하는 자녀들에게 매우 유익한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 중 대표적인 것으론 인문도시지원사업과 석학인문강좌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중 인문도시지원사업은 지역의 인문자산을 활용하고 지자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도시 전체를 인문체험의 장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25개 인문도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석학인문강좌는 문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주제로 매주 토요일 열리는 강좌로, 9년째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윤평중 교수, 김대행 교수, 이한순 교수 같은 국내 석학들의 명품 강연이 연간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Q. 최근 기초과학 연구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국내 기초과학 수준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1970년대 후반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투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이뤄졌습니다. 실질적으론 35년 정도 대규모 투자가 진행됐다고 할 수 있죠. 2015년 기준으로 기초연구 투자 규모는 5조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SCI급 논문 중 피인용 상위 1% 논문 수는 세계 15위 수준으로 짧은 기초연구 투자 역사를 고려할 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응용연구나 개발연구와 달리 장기간에 걸쳐 그 성과가 나타나므로, 지금까지의 성과가 기반이 되어 향후 노벨상 수상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예산은 2014년 기준으로 세계 5위입니다. 연구의 질적 성장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죠. 노벨과학상이 연구의 질적 우수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임엔 틀림없지만 노벨상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연구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을 때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연구자가 한 우물을 깊이 있게 팔 수 있도록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소외된 분야에 대한 정책적인 연구지원도 있어야 하고, 우수 연구자에게 정년에 관계없이 학문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정답 없는 문제로 공부하고, 이를 석·박사과정까지 지속시켜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미래의 과학도를 꿈꾸는 파퓰러사이언스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먼저 학생들에게 ‘외도를 하며 살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입시에 묻혀 공부 밖에 모르는, 자기 전공 밖에 모르는 편협된 인재는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인간상이 아닐 것입니다. 연구 과정에선 가설 설정이 중요한데, 이는 인문학적 창의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인문학이나 예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CEO도 되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큰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민근 이사장 프로필
학력

1974 서울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1978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1984 미시간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 박사

경력
1984 ~ 1987 미국 일리노이 대학 산업공학과 교수
1991 ~ 1994 포항공과대학교 전자계산소장
2000 ~ 2003 포항공과대학교 교무처장
2005 ~ 2006 한국학술진흥재단 기초과학지원단장
1987 ~ 2014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14 ~ 現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명예교수
2014 ~ 現 한국연구재단 제4대 이사장

연구실적
국내외 연구논문 : 106편
저서 및 역서 : 1권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등 발표 : 66건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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