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23일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다음달 13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매가격이란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 판매가격 상하한선을 정해 강제하는 행위로 공정위는 그동안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를 예외 없이 금지해왔다.
제조업체가 가격 하한선을 정하는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행위는 서비스 경쟁을 통한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예를 들어 똑같은 상품을 팔면서 백화점은 고급스러운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매장 없이 가격만 낮춰 판다면 소비자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따져본 후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할 때 더 이익이다. 장기적으로 백화점은 매출이 줄어 사라지게 되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 법원에서는 가격 이외 요소로 경쟁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면 제조업체가 가격 하한선을 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0년 한미약품과 2012년 테일러메이드코리아의 최저 재판매 유지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최저 재판매가격 유지를 허용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판시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지침 개정을 통해 제조업체가 소비자 후생을 증대시키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입증하면 이를 검토해 허용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갑’인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 ‘을’의 입장인 제조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갖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조업체가 공정위의 승인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제조업체가 사전심사를 받거나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해당하는 요건이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브랜드 간 경쟁이 활성화돼 있거나 △유통업자들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될 때 △소비자의 상품 선택이 다양해지거나 △신규 사업자가 유통망을 확보해 상품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을 때 최저재판매 유지행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가 경쟁 활성화고 서비스 경쟁 촉진인지는 공정위가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체에 비해 힘의 우위를 지닌 일부 대형 제조업체를 제외하면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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