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참신함·아이디어 사라져
박리다매 판촉전략 한계
올들어 성장세 급속 제동
●화웨이
오랜기간 다져놓은 기술에
유럽 등서 특허신청도 활발
고객 사로잡으며 中1위 꿰차
거침없이 질주하며 스마트폰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던 샤오미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성장이 정체됐다. 지난 2014년 성장률(135%)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적이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는 샤오미의 폭풍 성장 동력이던 참신함과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그라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질적인 특허 문제와 중국에만 한정된 수요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반면 샤오미의 인기에 가려져 있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화웨이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의 아이콘을 가미하기 시작하며 올 들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1위 자리를 꿰찼다.
시장에서는 명암이 엇갈린 두 회사의 최근 성장추세 이유를 역설적이지만 ‘혁신’으로 꼽고 있다. 한때는 중국의 애플로 불리며 혁신적 아이디어의 산실로 꼽혔던 샤오미가 매출 증대의 덫에 갇혀 혁신보다는 깜짝 마케팅과 디자인에 주력하는 사이 특허력과 탄탄한 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화훼이가 혁신과 기술의 조화에 성공하며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23일(현지시간) 지난해 샤오미의 매출액이 780억위안(약 14조1,600억원)을 기록해 전년(743억위안) 대비 5%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포춘은 “지난해 초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은 2015년 매출 목표를 1,000억위안으로 제시했으나 저조한 실적 탓에 샤오미의 성장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샤오미는 2014년 743억위안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35% 성장, 4년 만에 외형 규모를 135배로 키우는 폭풍 성장을 일궈냈다. 2014년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기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움츠러들면서 매출 성장에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연초 1억대로 세웠던 판매목표를 8,000만대로 하향 조정했지만 실적은 여기에도 못 미친 7,100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칫 올해는 중국 시장 1위 자리마저 내줄지도 모르는 처지다. 중국 매체 베이징천바오는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의 자료를 인용해 올 1·4분기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1,660만대로 샤오미(1,280만대)를 따돌렸다고 보도했다.
샤오미의 정체 배경으로 온라인을 통한 박리다매 판촉 전략의 한계와 특허비용 부담 급증, 중국에 한정된 수요 등이 꼽힌다. 한때는 깔끔한 디자인과 성능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시장점유율을 높였지만 애플 등의 첨단기술과 디자인을 무단 도용하고 있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혁신의 정체라는 장벽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화웨이는 정보통신시장에서 오랜 기간 다져놓은 기술력과 특허로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유럽특허청 특허 신청 건수에서도 4위(1,953건)에 오르며 삼성전자(1,683건)와 LG전자(1,457건)를 제쳤다. 샤오미는 5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던 중국 언론들과 소비자들도 실적 둔화에 시달리는 샤오미에 대해 깐깐한 평가를 내리기 시작했다. 베이징천바오는 스마트폰 시장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샤오미의) 혁신 없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한 전략은 더 이상 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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