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부 및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주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독자안을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했으나 경제수석실에서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현재 금융위원회 주도로 조선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부안이 금융위안과 견해차가 큰데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산업부가 최근 경제수석실에 독자 구조조정 방안을 보고했으나 업계 친화적일 뿐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가 있는 상황에서 개별부처가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는 것은 현재 구조조정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구조조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있었던 배경은 금융위 주도의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산업부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을 통한 구조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한계기업의 수명만 연장하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금융 주도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주된 논리다.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지난해 10월 채권단으로부터 4조여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불과 반년 만에 2조5,000억원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자구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필요자금에 대한 지원 방안과 더불어 산업 측면에서 생존과 경쟁력을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최근 구조조정과 관련해 “지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산업부에서 은행권 발전 방안을 짜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부처 간 조율능력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구조조정의 경우 업계 전반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금융위가 타 부처의 맏형 역할을 하기에는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두고 정부부처 간에도 불협화음이 나오면서 정부가 구조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을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맡은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과 비교하며 그때와 같은 정부의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 원칙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합심해 일사불란하게 처리해도 힘든 것이 구조조정인데 뚜렷한 컨트롤타워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다 보니 채권단으로서도 답답한 심정”이라며 “전체적으로 전문성은 떨어지고 사공만 많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조조정은 업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고용 문제가 얽혔기 때문에 정부의 방향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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