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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대어 놓친 CJ...다시 쓴 '오너 공백 잔혹사'

중국 1위 바이오 전문업체

메이화성우 인수합병 불발

통큰 베팅, 강력한 리더십 부재

전문경영인 한계 여실히 드러나

이재현 회장 경영공백 3년간

투자차질만 7조7,000억 달해





CJ(001040)그룹이 전사적인 역량을 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CJ제일제당(097950)의 중국 바이오기업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 이후 줄곧 제기됐던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24일 CJ제일제당은 중국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인수합병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메이화성우와 인수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4개월 만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종 인수합병을 위한 직전 단계까지 협의를 계속했지만 인수금액을 놓고 입장 차이가 컸다”고 설명했다.

메이화성우는 2000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체계적인 연구개발과 핵심 경쟁력 확보를 발판으로 중국 1위 바이오 전문업체로 올라섰다. MSG, 헥산, 라이신, 트립토판 등을 주력으로 내세워 지난해에만 매출 2조여원을 기록했다. CJ는 당초 1조5,000억원 안팎의 인수가를 제시했으나 막판 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앞서 2012년 메이화성우와 접촉하며 인수합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메이화성우를 통해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고 글로벌 1위 바이오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2013년 이재현 회장이 구속되면서 협상은 흐지부지됐다.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CJ의 메이화성우 인수작업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탔다. 당초보다 인수금액은 더 늘어났지만 CJ는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을 전면에 내세워 다각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인수금액에 대한 이견 못지 않게 적재적소에 뒤따라줘야 하는 리더십 공백이 이번 인수합병의 최대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인수합병 실패는 CJ그룹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CJ제일제당의 메이화성우 인수는 기정사실화되는 듯했지만 막판 협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협상을 주도한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대상 바이오사업총괄 중앙연구소장으로 근무하다 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CJ제일제당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 출신으로 대표에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업계에서는 CJ의 잇따른 인수합병 실패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CJ그룹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CJ는 이 회장 구속 이후 그룹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인 인천 굴업도 관광단지와 부산 영상테마파크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렸고 인수합병에서도 APL로지스틱스, 코웨이, 동부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건마다 고배를 마셨다. 최근 3년 동안 그룹 차원의 투자 차질만 7조7,000억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CJ그룹의 경영을 총괄했던 2011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CJ는 과감한 베팅으로 유력 후보였던 포스코·삼성SDS를 제치고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이라는 결과를 얻었다”며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위기를 넘어서고 있지만 장기적인 안목과 적재적소의 리더십에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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