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 오는 6월 한국무용 ‘심청’과 서양발레 ‘심청’으로 환생한다.
◇국립 무용단의 한국 창작춤 ‘심청’= 내달 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김매자의 이 작품은 음악, 무대 등 전반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눈길을 끈다. 국립관현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원일이 음악감독을 맡아 완창 위주의 기존 작품에 극적인 변화를 줬다. 창자는 창극 ‘장화홍련’, ‘서편제’ 등에 참여한 국립창극단의 김미진이, 고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자 김태영이 각각 맡는다. 또 독일 출신 연극·오페라 연출가 루카스 헴레프가 드라마투르그로 새롭게 참여해 원작을 과감하게 재해석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두 명의 심청이 서로의 그림자처럼 함께 춤추는 장면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돼 각각의 개성을 가진 두 무용수가 심청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장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그동안 ‘심청’의 주인공은 안무자이기도 한 김매자가 주로 맡았으나 이번에는 국립무용단의 장윤나와 엄은지가 더블캐스팅 돼 서로 다른 이미지의 심청을 선보일 예정이며, 심봉사 역에는 이준석이 캐스팅됐다.
◇유니버셜발레단의 ‘심청’= 최근 김기민이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한국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남성 최고 무용수상을 받는 등 한국 발레가 세계에서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요즘이라 더욱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서울아시안 게임을 기념해 1986년 초연돼 올해 창작 30주년을 맞은 ‘심청’은 이미 한국 발레의 대표적 명작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 3년간 러시아, 프랑스 등 13개국 40여 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발레 한류’를 이끌어가고 있다. 폭풍우 몰아치는 인당수를 배경으로 선상에서 선원들이 추는 역동적인 군무, 심청의 인당수 투신, 영상으로 투사되는 바닷속 심청이 특히 명장면으로 꼽히며, 심청과 왕이 달빛 아래 사랑을 약속하는 ‘문라이트 파드되’는 2인무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심청 역에 수석무용수 황혜민, 강미선, 김나은, 한상이, 홍향기 등 5명이 캐스팅됐으며,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 등 외국인 무용수들이 심청의 상대역인 선장, 용왕, 왕 등에 캐스팅돼 글로벌한 ‘심청’의 면모를 드러낸다. 문훈숙 전 유니버셜발레단 단장을 비롯한 김인희 서울발레시어터 단장,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박선희 전은선 강예나 등 역대 ‘심청’이 카메오로 출연(재능기부)해 서곡에서 심청의 회상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심청의 초연 대본을 쓴, 지난달 타계한 박용구 문화예술평론가의 헌정공연으로 치러지며 내달 10~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사진제공=각사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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