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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주는 교훈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최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와 관련한 두 가지 내용이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GPFG가 기업의 전문경영인(CEO)에게 고액의 연봉을 주는 것에 반대의견을 낸 뒤 폭스바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GPFG가 담배를 생산하는 기업과 같은 윤리적 기준에 위배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GPFG의 사회적 책임론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맞는 이야기다. 다만 GPFG의 진가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GPFG는 지난달에 전 세계 기후협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석탄생산 기업 52곳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석탄뿐만 아니라 가스·석유 등 모든 화석연료 생산기업에 들어가 있는 자금을 빼기로 했지만 현실적인 경제 사정을 고려해 일부 기업으로 한정했다. 석유와 가스 생산은 노르웨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한다.

GPFG는 원유 가격이 내려가거나 국가 경제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1990년에 설립됐다. GPFG의 목적 중 가장 첫머리에는 ‘노르웨이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이라고 적혀 있다. 원유를 판 수입을 기금으로 조성한 투자금은 현재 규모가 8,500억달러(약 1,000조원)에 이른다. 전체 자산 중 60%가량을 주식에 투자해 인구 500만명에 불과한 노르웨이가 세계 75개 국가의 9,00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상장 주식의 1.3%를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GPFG는 다른 나라 기업의 경영에 관여할 수도 있다.



GPFG는 인구 고령화를 대비해 노르웨이 미래 세대의 부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유가 움직임에 따라 국가 경제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펀드를 통해 방어하겠다는 취지다. 2014년 국제유가가 기존 대비 60% 하락할 때 러시아 통화 가치는 50% 폭락했지만 노르웨이 통화는 25%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때 GPFG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까지는 GPFG로 기금이 유입됐지만 저유가 현상의 장기화로 올해 1·4분기에 처음으로 약 25억달러의 자금을 인출해 재정지원을 할 예정이다. 이처럼 GPFG는 노르웨이 경제의 변동성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노르웨이에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GPFG의 혜안에 더욱 감탄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 구조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변동이 경제의 엔진인 수출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로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이 커진다. 다행히도 금융자산은 많이 축적되고 있다. 쌓여 있는 금융자산을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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