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의 인수합병(M&A)으로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며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한 KB금융(105560)지주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앞서가며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086790)도 각사의 방식에 따라 자본금 확충에 나서고 있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신한금융투자에 6,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신한금투 유상증자 안건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유상증자의 필요성은 동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시기와 유상증자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신한금투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4,760억원. 6,000억원을 확충하면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한국형 IB로 불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전환된다. 자기자본 3조원을 갖춘 한국형 IB는 프라임브로커(PBS), 기업신용공여(대출) 등의 신규 비즈니스가 추가될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총자본)의 규제로 제한된 파생상품 등의 판매를 늘릴 수 있다.
외환은행 인수로 증자나 차입이 어려운 하나금융지주는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하나금투의 자본금을 늘리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선물을 하나금투에 합병하며 600억원의 자본금을 늘렸다. 하나금투의 3월 말 자기자본은 1조7,907억원이다. 하나금투의 한 관계자는 “은행과 기업금융의 활로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자본 확충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자기자본 4조4,844억원으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NH투자증권(005940)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3월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에 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제공하려 했던 점도 대형 증권사 M&A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NH투자증권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은행지주 가운데 대형증권사 M&A에 유일하게 뛰어든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로 자기자본 3조8,598억원의 국내 3위 대형 증권사를 기반으로 자산관리(WM) 및 기업투자금융(CIB) 은행과 증권의 협업 강화할 계획이다. KB의 비은행 계열확장에 신한과 하나의 위기감도 커질 것으로 보여 증자와 추가 M&A 역시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의 하한선으로 인식돼던 자기자본 기준이 3조원에서 5조원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5조원대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에 추가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증권사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그간 은행계 증권사로서 큰 손실만 없으면 된다는 식의 ‘현상유지’형에서 탈피해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자본 확충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