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4세대 이동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낸 가운데 최근 미국의 한 ‘특허괴물(patent troll)’이 또다시 삼성전자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웨이가 공격지점으로 삼은 통신뿐 아니라 카메라 기술도 포함돼 삼성을 대상으로 한 특허공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26일 삼성에 따르면 미국 셀룰러커뮤니케이션스이큅먼트는 지난달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등을 대상으로 자사의 통신 관련 기술 5건을 침해했다며 텍사스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간섭을 줄이거나 네트워크 환경을 조정하는 기술을 삼성이 썼다는 게 셀룰러 측의 주장이다. 정확한 소송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셀룰러는 우리나라 기업을 가장 많이 제소하는 특허괴물이어서 상당 부분 삼성을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에 더해 통신기술 분야에서 계속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카메라 부문에 대한 특허공격도 이뤄지고 있다.
특허괴물인 제너럴페이턴트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이미지프로세싱테크놀로지스는 이달 들어 미국 텍사스법원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 미국의 삼성 텔레커뮤니케이션스가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했다.
삼성 ‘갤럭시’에 쓰이는 ‘뷰티페이스’나 ‘셀피’ 같은 기능이 특허침해라는 것이다.
이미지프로세싱테크놀로지스의 주장은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에 들어 있는 주요 기능이 모두 자사 기술을 베낀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식이라면 삼성이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거의 대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상당 부분은 단순히 돈을 노린 주장이 아니겠느냐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LG에는 관련 소송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을 주타깃으로 놓고 했다는 말인데 재판을 지켜봐야겠지만 주장 내용 등을 봤을 때 크게 이기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는 어떻게든 삼성과 엮어 돈을 벌어보자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실제 이미지프로세싱테크놀로지스의 모회사인 제너럴페이턴트는 자사를 “특허괴물과는 다르며 개발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게 하는 곳”이라고 소개했지만 업계에서는 전형적인 특허괴물로 보고 있다. 앞서 삼성의 통신기술에 딴죽을 건 셀룰러는 지난해 국내 기업에 21건의 특허소송을 낸 대표적인 특허괴물이다.
삼성전자는 특허괴물의 소송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화웨이에 이어 소송이 잇따르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애플과의 특허전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또 다른 전선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화웨이 건은 소송액이 조단위까지 커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특허괴물이 지속 공격해 들어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도 특허 취득을 늘리며 이 같은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의 누적 특허등록 건수는 11만145건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만도 3만8,809건을 갖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5,000여건을 신규 등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의 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틈새를 노린 공격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화웨이와 특허괴물 셀룰러에 빌미를 준 통신 분야의 경우 향후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 특허공세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는 나온다. 화웨이만 해도 4세대 외에 5세대 관련 기술 특허를 대량 확보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라 5세대 통신기술은 세계 최초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집중돼 있을 뿐 기술특허의 주도권은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허분쟁과 관련해 “양이 다는 아니지만 최대한 특허등록을 늘리고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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