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대권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반 총장 테마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반 총장 테마주는 이날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른바 ‘박스피’에 갇혀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높은 단기 수익률을 자랑하는 유력 대선 주자 테마주에 베팅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들 테마주의 급등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26일 반기문 테마주의 대표주자인 보성파워텍(006910)은 전 거래일 대비 13.96%(1,390원) 오른 1만1,350원에 장을 끝냈다. 보성파워텍은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회사다. 특히 이날 보성파워텍은 외국인이 18만7,442주를 사들였다. 정치 테마주를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 밖에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 씨씨에스(066790)(9.95%), 한창(005110)(6.67%), 신성이엔지(104110)(1.87%)도 전일 대비 상승으로 마감했다.
반기문 테마주는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신성이엔지·한창·씨씨에스를 총 147만8,823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대선 테마주들이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경험 덕분에 국내 개인은 물론 외국인 개인으로 보이는 투자자들이 대거 테마주에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4월14일 총선 후 주요 대선 후보 테마주의 누적 주가 상승률은 꽤 높은 수준이다. 다만 높은 지지율이 유지돼야 테마주 수익률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총선 직후 문재인 테마주 4곳의 누적 수익률은 52.5%에 안철수 테마주 6곳의 수익률도 4.3%다. 반면 총선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테마주들은 -18% 수익률을 보였다.
한편 26일 금융당국은 주가 변동이 심한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감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조사심리기관협의회를 구성해 정치인 테마주를 포함한 불공정거래에 대해 공동으로 단속할 것을 논의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