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이틀째인 26일 자신의 대권 도전 시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하고 과잉, 확대 해석돼 곤혹스럽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 참석 국내외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보도가 ‘본뜻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며 곤혹스럽다는 기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에 참석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는 오찬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다른 (외국) 정치 지도자들도 ‘한국 언론에서 보도들이 나오는데 진짜 나가는 거냐’고 물어보셔서 (반 총장이) 그렇게 얘기한 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제주포럼에 참여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이홍구 전 총리 등 소수 인사가 참석했다.
앞서 반 총장은 이날 아침 제주 롯데호텔에서 전직 외교관들과의 조찬에서도 자신의 발언이 과잉·확대해석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전날 방한 첫 일정으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간담회에서의 발언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사실상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며 정치권 안팎에서 큰 파장이 일자 반 총장이 수위조절에 나서며 출구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제가 더 생각해보겠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해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반 총장은 이날 조찬에서 “분열을 시키는 사람이 리더가 돼서는 안된다. 통합시키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실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전날 관훈클럽 발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올해 말 임기종료 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재임 시절 공직자 재산신고 때 자신 명의의 서울 서초구 동작구 사당동 소재 아파트를 신고한 바 있다.
조찬에는 원로급 인사인 공로명 전 외무장관과 반 총장의 외교통상부장관 재직(2004~2006년) 이후 외교수장을 맡았던 송민순, 김성환 전 장관을 비롯해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오준 유엔 대사,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이태식 전 주미대사,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 박수길 전 유엔대사, 박준우(세종재단 이사장) 전 정무수석, 임성준 전 캐나다 대사, 조창범 전 호주대사 등 전·현직 외교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반 총장을 수행한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 강경화 유엔(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 등도 함께했다.
/제주=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