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법이 그대로 시행돼 정책 청문회가 열린다면 모든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다 공개될 것이고,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느라 이리저리 쏠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행정부가 허수아비가 되는 사태를 막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공무원은 “현장에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있어도 도입했을 때 반대 민원과 시행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잘 움직이지 않는 게 공무원들의 일반적인 습성”이라며 “정책 청문회가 특별히 정한 때도 없이 무시로 열릴 경우 눈치를 더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이 이뤄지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탁상공론이 더욱 심화 될 것이란 얘기다.
사회부처의 한 사무관은 “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3권 분립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겠는가”라며 “국회의 행정부 간섭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인데 국회법 개정까지 이뤄지면 행정부는 제 역할을 아예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국회와 행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국회에 올라가면 각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의 취지가 변질되는 등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볼멘 소리다. 19대 국회에서는 정부가 발의한 노동5법, 서비스법 등 주요 경제 법안이 아예 문턱을 넘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국회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곳이지 원칙을 확립하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라며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 견제하며 대응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김정곤·임세원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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