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 핵심 조건인 용선료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을 비롯한 후속 조치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그러나 용선료 협상과 채무조정과는 별개로 새 해운 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 편입에 성공해야 현대상선의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 편입 시한은 미국 해운 당국에 노선 신고를 해야 하는 오는 9월 말. 정부와 채권단이 대주주 감자와 협약채권단과 사채권자들의 채무조정이 이뤄진 후 지원하기로 한 선박펀드 카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용선료 인하 벌크선사 포함하면 20% 넘을 듯=정부와 채권단은 외부적으로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목표치를 28.4%로 제시했다. 협약 채권단이 채권의 60%를 주식으로 전환하고 사채권자의 전환 비율도 50%에 이르는 만큼 용선주들 역시 최소한 30%에 근접하는 수준의 부담을 분담해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대외 명분과는 별도로 내부적인 기준은 따로 세웠다. 기준은 2020년까지 용선료 등 현대상선의 상거래채권과 관련,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용선료를 현재 수준보다 25% 낮출 수 있으면 최선이고 적어도 인하 폭이 20%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날 “상대방이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전량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현대상선을 정상화하는 데 어느 수준으로 용선료를 인하하는 것이 타당한지 면밀히 검증해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간 용선료 금액 기준으로 보면 5곳의 컨테이너선사들은 70%를 차지한다. 이들 선사와의 협상은 사실상 채권단이 정한 마지노선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17개 벌크선사들에 용선료 인하와 관련한 최종 제안을 제시한 상태다. 비중으로 따지면 30%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부족분을 채워야 하는 만큼 이들 벌크선사가 결단을 내려 줘야 용선료 협상이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벌크선사들의 의견이 취합돼야 최종 용선료 인하 수준이 결정된다”며 “이후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법률 검토 등을 고려하면 최종 협상 완료는 다소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채권자 집회 통과 ‘무난’=정부와 채권단의 당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을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전인 30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용선료 인하가 가닥이 잡혀야 사채권자 입장에서도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 확신을 가지고 채무조정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채권 규모는 8,043억원이며 이 중 절반은 출자전환, 나머지 절반은 만기연장을 한다는 것이 현대상선의 계획이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 쪽으로 기울었지만 최종 종지부를 찍지는 못한 상황. 산은이 이날 “조속한 시일 내에 용선료 협상이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사채권자 집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전체 사채권의 절반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과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수용’ 쪽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권자 채무조정은 미상환 금액 기준 3분의1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자의 3분의2가 동의하면 통과된다.
◇얼라이언스 가입 지원, 선박펀드 가동=사채권자가 채무조정에 동의하고 용선료 협상이 완료되면 다음 과제는 새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편입이다. 해운동맹에 끼지 못하면 그간의 경영정상화 과정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편입 시한은 미국 해운당국에 노선 신고를 해야 하는 9월말. 그전까지 합류에 성공해야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은 선박펀드의 조기 지원을 통해 현대상선의 얼라이언스 편입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협약채권단과 사채권자가 본격적으로 채무 조정에 나서고 대주주의 지분 감자가 단행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대로 내려가게 되고 정부가 제시한 선박펀드 지원 조건(부채비율 400%)을 충족한다. 정부는 이 같은 절차에 속도를 내면 8월께는 현대상선이 선박펀드의 지원을 받아 3~4척의 초대형 선박을 발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민규기자 세종=구경우기자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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