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보유한 국채(통안채 포함) 중 4조7,000억원의 만기가 6월 초로 몰리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빅 이벤트를 앞둔 외국인 투자가들이 지난 2월처럼 대규모 매도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계 프랭클린템플턴은 올 2월 외국인의 채권 대량 매도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원화 채권 보유잔액 98조6,000억원 중 5조원가량이 6월 말 만기가 돌아온다. 특히 6월2~10일 사이에만 만기 도래하는 채권은 통안채 2조9,000억원, 국고채 1조8,000억원 등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3분의2가량을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보유한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는 각국 중앙은행 등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물량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관심은 만기 도래 채권 가운데 얼마나 재투자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특히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으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대두된 점이 변수로 부각된다. 옐런 의장은 5월27일 미 하버드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앞으로 수개월 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일이 적절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도 지난 30일 약세를 보여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3.5bp(1bp=0.01%포인트) 상승(채권가격 하락)하기도 했다.
템플턴 펀드의 행보는 단연 주목된다. 6월 또는 7월 중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Brexit) 우려 등이 겹치면서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화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템플턴 펀드는 장기 투자 전략을 구사함에도 올 2월 외국인이 원화 채권 3조3,000억원을 순매도할 당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템플턴 펀드로 알려진 룩셈부르크의 원화 채권 보유잔액이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12조원을 밑돌기도 했으며 외국인의 채권 매도 상위 5개 종목을 대부분 템플턴 펀드가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정이 설득력을 얻었다.
현재로서는 외국인의 투매 사태가 재연할 가능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2월 쇼크는 연초에 이뤄지는 미국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맞물린 것이지 한국물에 대한 시각이 특별히 부정적으로 변했다는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또 미국의 국채 선물시장에서 6월 중 금리 인상 가능성은 20~30%에 그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채권 현물을 보유할 때는 달러화 가치가 중요하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달러화가 오르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들이 만기 채권은 롤오버(재투자)하고 저가매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당장 6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적다”며 “국내 채권 가격의 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