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크루즈선은 총 15척, 17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올해 전체 발주량 498만CGT 가운데 크루즈선 발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5.9%에 이른다. 로로선과 카페리선까지 포함하면 총 38척, 219만CGT에 달한다.
크루즈선 발주가 뒷받침되면서 올해 누적 수주 실적 상위는 유럽 업체들이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대부분 자국 선사가 발주한 물량을 수주해 1위에 오른 중국을 제외한 2~4위는 모두 크루즈선 조선소를 보유한 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크루즈선 8척, 89만CGT를 수주한 이탈리아가 2위를 차지했다. 크루즈선 6척과 로로(카페리)선 5척, 71만CGT를 수주한 독일이 3위에, 크루즈선 2척, 33만CGT를 수주한 프랑스가 4위에 올랐다.
크루즈선 발주와 물량 소화는 국내 업체들은 소외된 채 유럽 조선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클락슨 통계를 보면, 지난 2010년 7척, 92만CGT였던 크루즈선 발주 규모는 이듬해 10척, 100만CGT로 늘었고, 지난 2014년에는 17척, 204만CGT까지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총 11척, 123만CGT가 발주됐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국내 조선업체들은 유럽 업체들의 ‘돈 되는’ 크루즈선 수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크루즈 관광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터라 해당 지역 위주로 크루즈선 건조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크루즈선을 수주하더라도 채산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2011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사인 카니발 소속의 아이다 크루즈(Aida Cruises)로부터 크루즈선 2척을 수주했지만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크루즈선에 들어가는 자재는 값비싼 자재를 써야한다”면서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수주한다고 한들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오히려 수주를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한재영·이종혁 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