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자 외환ㆍ채권ㆍ상품ㆍ주식 등 글로벌 금융 시장이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고용 쇼크’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이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미 달러화 가치와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고 금ㆍ은,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다. 원ㆍ달러 환율도 지난주 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에서 20원 가까이 폭락했다.
◇고용지표 실망에 금융 시장 ‘흔들’=지난 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5월 미국 비농업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3만8,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9월 이후 5년8개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을 크게 밑돌았다. 최근 미 경제 회복세를 자신하는 연준 인사들의 낙관론과 달리 제조업에 이어 고용마저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퀸시 크로스비 푸르덴셜금융 시장 전략가는 “심지어 마술사라도 좋게 포장할 수 없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최근 6~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던 금융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날 미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1.7%나 급락했다. 2월3일 이후 4개월 만에 일일 최대 하락폭으로 달러화 가치는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대비 각각 1.6%, 1.9%가량 급락했다. 최근 일본 제조업과 수출에 타격을 주던 엔고 추세가 더 탄력을 받으면서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좌초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
연준의 긴축 행보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미 국채 수익률도 일제히 폭락했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0.77%로 전날보다 12bp(1bp=0.01%)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9월17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70%로 전날보다 10bp 하락하며 올 4월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 회복세가 꺾이고 있다는 우려에 미 증시도 소폭 하락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도 0.9% 떨어졌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제 금ㆍ은 가격은 2% 이상 급등했다. 또 달러화 약세에 구리 가격이 1.7%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물 건너간 6월 금리 인상…7월도 미지수=고용지표 부진에 한동안 힘을 받던 6월 인상설은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6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전날 20.6%에서 고용지표 발표 이후 3.8%로 추락했다. 7월 인상 가능성도 58.4%에서 31.3%로 내려갔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이날 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존의 6~7월 70%에서 7월 40%로 낮췄다. 6월 금리 인상 전망을 철회한 것이다. 마이클 페로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2·4분기 미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2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6월 실업률이 낮아지고 취업자 수가 반등해야 7월에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스와 미즈노증권도 금리 인상 전망을 기존의 6월에서 7월로 연기했다.
나아가 연준이 9월에나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성장·고용·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지표 개선을 확인하려면 7월은 이르고 9월이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심지어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전 최소 두 달간의 고용 지표 개선을 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9월 인상도 위험이 큰 만큼 12월에나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파 일색이던 연준 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는 등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경제) 상황이 (금리 인상 필요에 대한) 더 강한 확신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여전히 이익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총재는 “고용 지표 하나로 근본적인 미국 경제 전망이 바뀌지는 않았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자 시장은 6일로 예정된 재닛 옐런 의장의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옐런 의장이 고용 부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해 힌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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