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동 전문 기업 제로투세븐의 알로앤루 중국 현지 매장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이 진열돼 있다. 바로 중국의 전통 의상 치파오에서 착안한 유아복이다. 중국 고객의 입맛에 맞춰 붉은색을 과감하게 사용했고 캐릭터도 큼직하게 그려넣었다. 무채색과 단순한 디자인이 특징인 북유럽 콘셉트의 알로앤루에서 찾아볼 수 없던 디자인이다. 이 같은 현지화의 결과 치파오 유아복은 중국 알로앤루의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제로투세븐의 중국 매출은 2010년 130억원에서 지난해 344억원으로 부쩍 늘었다.
중국에 진출한 패션·뷰티 업계 업체들이 국내에는 없는 ‘현지 맞춤 상품’을 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하이에 5개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 진출의 첫발을 뗀 CJ올리브영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제품 특징을 분석해 중국 전용 자체제작(PB)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동물 캐릭터 마스크팩 출시를 시작으로 수딩젤, 코팩까지 총 23종을 출시했으며 제주 콘셉트의 스킨케어와 손 세정제, 헤어팩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리브영 측은 “중국인 고객들이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점을 적극 반영했다”며 “중국에서 이들 제품은 각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과 취향뿐 아니라 중국의 기후와 환경도 현지화의 중요한 키워드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의 블랙마스크는 보일러가 없는 중국 주거 환경상 겨울에 시트 마스크가 차가워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제품으로 데워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중금속 성분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시정화(都市淨化)’라인과 지난 10월 론칭한 석류 안티에이징 라인도 중국 전용 상품으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같은 제품이지만 중국에 맞춰 디테일을 변형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랜드 티니위니의 대표 상품인 피케셔츠다. 중국에서 피케셔츠를 입을 때 깃을 세우는 것이 유행인 점을 감안해 깃의 높이를 국내보다 짧게 만들었다. 티니위니의 상징인 곰돌이 캐릭터 와펜도 국내 제품은 손톱만한 크기인데 비해 현지 제품은 어린이 주먹만한 크기로 키워 붙였으며 팔 부분에도 와펜 장식을 달았다. 이랜드 측은 “중국법인의 패션연구소에서 중국 유명 의상학과 출신의 디자이너들을 뽑아 꼼꼼히 시장조사를 벌인다”며 “중국은 워낙 면적이 넓어 같은 기간에 조사해도 선호하는 패션이 달라 선양과 베이징, 선전에 지역별 담당자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지역에 따라 기후와 문화가 천차만별이어서 고객의 니즈도 훨씬 다양하다”며 “기존에 잘 팔리던 국내 제품을 활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풍토에 맞는 제품 전략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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