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계법인에서 오래 근무한 홍길동(가명) 상무는 외부감사 업무를 맡지 않으려 최근 B회계법인으로 이직했다. 감사대상 C사가 그의 회계정정을 이유로 이듬해 외부감사 재계약을 거부했을 때 받은 회의감 때문이다. 홍 상무는 “재무제표에서 잘못된 내용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을 요청한 게 회계법인 교체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외부감사인이 바뀌고 몇 년 뒤 C사는 분식회계 문제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고르는 이른바 ‘감사 쇼핑’의 폐해다. 문제가 있기는 회계법인도 마찬가지다. 상장법인의 증시 즉시 퇴출에 해당하는 ‘부적정’ 사유인데도 ‘한정’으로 등급을 올리는 감사의견 마사지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의 안경태 회장이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도 수면 아래에 있던 기업과 회계법인 간 유착이 새삼 드러났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회계법인들이 정상적인 영업활동만으로 일감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며 “현장에서는 더 많은 로비가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회계법인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멀리는 대우건설(047040) 분식회계, 가까이는 대우조선해양(042660) 회계절벽(대규모 손실 반영) 사태와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기까지 우리 경제에 큰 파장을 던진 구조조정 중심에 회계법인이 있다. 기업이 곪아가고 있음에도 감시자인 회계법인은 본연의 경고 메시지를 던지지 않고 ‘검은 공생’에 매달렸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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