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미국공장 준공식. 지난 2008년 5월 착공을 시작한 이 공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이 일시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8년 만에 가동됐다. 투입 금액만 4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감회 어린 표정으로 “글로벌 선두 기업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짧은 일정에도 준공식 이후 판매법인까지 돌며 꼼꼼하게 현황보고를 받았다. 그룹 관계자는 “금호타이어에 대한 회장의 애정은 직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지금 타이어 사업에 대한 열정을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인수 지름길로 꼽히는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3자 양도는 사실 박 회장에게 그룹 재건을 위해 반드시 허용돼야 할 ‘인수 방식’이다. 박 회장은 앞서 금호산업을 인수할 때도 ‘제3자 지정 권한’을 활용했다. ‘금호기업’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운 후 이 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구했다. 물론 CJ·코오롱 등 국내 우군들이 큰 도움을 줬다. 금호산업 인수 때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금호타이어를 우회적으로 인수하는 방식은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가 허락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채권단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박 회장 개인이 자금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홀로 실탄을 마련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를 품기 위해 나선 박 회장으로서는 중대한 고비를 맞은 셈이다.
문제는 박 회장의 꿈이 무산 위기에 놓인 순간 인수가는 도리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타이어 업체와 사모펀드, 심지어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콘티넨탈 등까지 줄줄이 금호타이어 매입을 위해 나섰다. 자칫 인수금액이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팔과 다리를 묶어 놓는 사이 알짜 기업이 외국에 팔려갈 판이다.
그렇다고 박 회장에게 헐값에 금호타이어를 넘겨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소중한 기업을 외국에 속수무책으로 넘겨 주느니 박 회장에게 인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통로’를 조금이라도 열어주자는 것이다. 방법론을 알고 있음에도 채권단이 경남기업처럼 사후 감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를 주저한다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박 회장은 사석에서도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편히 쉬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금호의 옛 영광을 꼭 되찾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곤 했다. 박 회장 개인뿐 아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금호타이어 직원들에게도 박 회장을 중심으로 과거의 지위를 되찾을 기회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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