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오는 23일(현지시간) 진행된다. 영국이 EU에 잔류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탈퇴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마크 카니 잉글랜드은행(BOE) 총재는 최근 성명을 통해 EU 탈퇴는 영국의 경제 전망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민투표 시행이 발표된 직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했다. 단순히 지난해 말 이후 영국의 기대 이자율이 미국과 비교해 하락했다는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이다. 파생상품시장에서는 파운드화의 변동성이 여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투표는 영국과 유럽 지역에서 투자 감소를 불렀다. 국민투표의 결과가 확실해질 때까지 영국 안팎의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1~9월 평균 1.4% 늘어났지만 10~12월에는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투표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결과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기업들에 걱정거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국민투표로 인해 투자규모가 25% 줄어들면 2·4분기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0.2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영국 국민들이 EU 잔류를 선택한다면 파운드화의 가치는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다. 다만 영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운드화가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EU에 잔류하게 되더라도 파운드화의 가치가 평소 수준으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결과가 EU를 탈퇴하는 것으로 나와도 단기적으로는 달라지는 게 없다. 영국의 EU 탈퇴 조건이 합의될 때까지 기존 협약들은 그대로 유지되는데다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의 주가와 파운드화 가치는 현재 수준을 지탱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영국 주식은 2~3%가량 하락하고 파운드화 가치는 10% 정도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할 수 있고 파운드화 약세로 물가상승률도 올라갈 것이다. 다른 EU 국가의 경제성장과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아일랜드처럼 영국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영국 교역의 40% 이상이 다른 EU 국가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개별 업종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불확실성을 맞닥뜨리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금융·서비스 분야다. 주택·건설 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제조업과 내수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브렉시트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EU 탈퇴 여부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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