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면세사업부에 대한 검찰 수사 영향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을 이달 말에서 7월로 미루면서 상장 예비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호텔롯데와 공모주 청약 일정이 겹치지 않게 된 기업들은 반색했지만 다음달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제외하고 8개사가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당초 호텔롯데도 오는 21~22일 공모주 청약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면세점 입점 로비 관련 검찰 수사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고 공모가 범위를 낮추면서 일정을 전면 연기하게 됐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의 공모주 청약은 다음달 12~13일 진행된다.
호텔롯데가 예상치 못하게 IPO 일정을 변경하자 이달 중하순께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과 상장주관사(증권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해성디에스(6월15~16일 청약)의 상장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최대 5조2,000억원가량을 조달하는 호텔롯데와 다른 시점에 IPO 절차를 밟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담당 기업 공모주 청약 흥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리더스(6월27~28일)의 상장주관사인 키움증권(039490) 관계자 역시 “원래부터 호텔롯데를 피하려고 공모주 청약 일정을 이달 하순으로 잡은 것”이라며 “기업설명회(IR) 활동 등도 더 수월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2014년 11~12월에 삼성SDS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028260)) 등 삼성그룹의 대어급 계열사가 잇따라 IPO에 나서자 다른 예비상장 기업들이 이를 피하려다가 최대 10개사(스팩 포함)가 같은 날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병목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호텔롯데라는 거대한 불똥을 맞게 된 일부 상장 예비 기업은 일정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소형 업체들이 IPO 시장 최대어인 호텔롯데와 같은 시기에 자금모집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자연스럽게 공모주 청약 일정이 분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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