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는 이날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조찬 모임을 마련했다. 지난 2002년 도입된 ETF는 코스피200 등 특정지수에 수익률을 연동시킨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ETF는 도입 14년 만에 순자산총액 22조원의 큰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기관투자가의 67%가 ETF에 투자하는 미국, 연기금의 50%가 ETF를 활용하고 있는 유럽과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일부 공제회 등만 소규모로 ETF에 투자할 뿐 최대 기관인 국민연금은 꿈쩍도 않고 있다. 연기금의 ETF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억원으로 전체 ETF 일평균 거래대금(6,323억원)의 0.3%에 불과하다. 거래소가 연기금의 ETF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임원들을 총집결시키며 성의를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ETF를 띄우려는 거래소의 바람과 달리 결과는 여전히 물음표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거래소는 “국민연금이 ETF 시장에 투자하면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들도 뒤따를 것”이라며 구애를 펴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기금본부 자체 운용역들이 ETF 투자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패시브 투자를 하고 있고 ETF 투자를 하려면 기금운용지침을 바꿔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절차상 어려움도 있어서다. 수수료도 부담이다. 이런 분위기 탓이었을까. 국민연금은 이날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이 참석한 다른 연기금·공제회들과 달리 국내 주식운용실장을 보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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