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규정했다. 최근에는 비만을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언급하며 세계 10대 건강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비만이란 체내 조직에 지방이 지나치게 쌓인 상태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중질량지수(BMI)로 표시한다. WHO 기준에 따르면 BMI가 30㎏/㎡ 이상인 사람을 비만, BMI가 25∼29.9㎏/㎡이면 과체중이라고 한다.
체내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은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계 질환 및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비만은 단순히 외형적 모습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치료돼야 하는 질병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1998년 26%에서 2014년 31.5%로 늘었다. 국민 건강 수준은 물론 인적자원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비 증가로 적잖은 사회경제적 비용도 발생시키는 만큼 비만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살과의 전쟁’이 필요한 이유=2013년 미국의사협회에서는 오랜 논란 끝에 비만을 의료 개입이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치료와 예방에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다. 비만은 남성의 경우 잦은 술자리, 여성의 경우 임신과 폐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비만은 고혈압·당뇨 등 각종 질병의 발병 확률이 높다.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가 우선이지만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호르몬 또는 신체대사 장애가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병원을 찾아 복합적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비만 치료는 크게 식이요법·운동요법·행동요법 및 약물치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병적 고도비만은 수술이 효과적
식욕억제제 등 약물 의존은 금물
장기 복용땐 심혈관에 무리줄수도
◇‘고도비만’에는 수술이 가장 효과적=키 163㎝에 몸무게가 150㎏에 육박한 이진애(가명·35)씨는 BMI만 50에 달한다. 일반적인 체중감량으로 치료가 어려운 고도비만 환자인 만큼 이씨는 5년 전 마음을 먹고 ‘위 소매절제술’을 받았다. 이씨는 지방간에다가 혈압과 혈당이 높았고 만성 허리 질환에 수면무호흡증·우울증 등 갖가지 질환을 동시에 안고 있었다.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로 흉터는 거의 없었고 회복이 빨라 일상으로 쉽게 복귀할 수 있었다. 수술 후 몸무게는 식이요법 등의 노력을 지속하며 현재까지 약 50㎏을 감량했다. 이씨의 수술을 집도한 박도중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식욕억제제 등 비만약은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할 수 있지만 고도비만 수술 같은 경우 그 효과가 지속하기에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18년부터 식이조절이나 운동 등으로 치료가 어려운 이씨와 같은 병적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살과의 전쟁’을 위한 조언=체중감량은 100m 달리기보다 경보나 마라톤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지원 연대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들이 많이 하는 ‘원 푸드 다이어트(한 가지 음식만으로 체중 감량)’나 식사량을 줄여 단시간에 체중 감량 효과를 노리는 경우 외려 악순환을 불러온다”며 “이때 되레 근육은 줄고 지방량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감소해 흔히 말하는 ‘물만 먹어도 살찌기 쉬운 체질’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급격히 빼고 다음달 다시 체중이 느는 것보다는 한 달에 꾸준히 1kg씩 감량해 1년에 12㎏을 감량하고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비만약에 대한 전적인 의존도 경계해야 한다. 비만약은 어디까지나 ‘보조제’ 개념이다. 비만약 중 식욕억제제는 양약과 한약 모두 장기간 복용하면 심혈관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약의 의존을 줄이고 건전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통해 체중 감량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으로 이르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왕성한 활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은 매년 1∼2%씩 감소한다. 이는 칼로리로 환산하면 약 1만5,000∼2만㎉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수록 매년 1만5,000∼2만㎉를 적게 먹거나 이만큼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매년 1∼2㎏씩 축적되는 지방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한종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선 비만클리닉에 오면 비만과 관련된 질환은 물론 식습관·생활습관 등 환자가 직면한 비만 유발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식사 일기’를 작성해 오게끔 조언한다”며 “보통 2∼4주 간격으로 내원하며 환자 스스로 체중 감량을 할 방법을 터득하게 해 통상 6개월간 감량 기간을 갖는데 이때 단 몇 ㎏이라도 빠진 체중을 요요현상 없이 건강히 잘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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