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회생의 최대 과제였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서 정상화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으로 그동안 타결을 전제로 준비해왔던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져 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지는 동시에 회생의 마지막 관문인 제3해운동맹 가입에도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금융권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선주들과는 20%, 벌크선 선주사들과는 25%의 용선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로써 향후 3년 6개월 동안 지급예정인 용선료 2조5,000억원 중 5,300억원을 줄이게 됐다. 이는 용선료의 21.2%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5개 컨테이너 선주들과는 양해각서(MOU) 체결을 완료했으나 17개 벌크 선주사들과는 용선료 인하에 대해 합의 의사만 확보한 상태로 이달 말까지 모든 본계약을 마무리하게 된다.
용선료 인하를 완강히 거부했던 영국계 조디악, 그리스 다나오스·나비오스 등 22곳 외국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동의한 것은 현대상선이 인하분만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이달 중 인하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받으면 이를 바로 시장에서 거래해 현금화할 수 있다.
현대상선은 20분기 연속 적자의 원인인 용선료 부담을 대폭 줄이면서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용선료 인하분의 절반은 출자전환해 해외 선주들에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하고 또 다른 절반은 장기 채권화해 5년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지급한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용선료 인하분은 5,300억원이지만 절반은 유상증자, 절반은 장기채권화하는 것을 고려하면 2,650억원의 직접 인하 효과와 함께 나머지 절반은 5년간 나눠서 해외 선주들에 지급하는 격이다. 지급부담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현대상선 정상화의 최대 파고인 용선료 인하가 해결되면서 정상화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내걸고 용선료 인하를 전제로 지난달 24일 7,000억원 규모 출자전환을 결의했다. 현재 출자전환은 결의만 된 상태로 용선료 인하를 계기로 실제로 출자전환이 이뤄져 현대상선 부채비율 개선으로 이어진다.
현대상선은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열어 출자전환의 전제요건인 대주주 지분에 대한 추가 감자를 결정한다. 또 다음달 18일과 19일에는 일반공모 청약을 시행하고 8월4일 신주를 교부한다. 같은 달 5일 현대상선은 재상장된다. 상장 절차가 이뤄지면 채권단과 사채권자집회에 대한 출자전환이 8월 중 완료된다. 그 결과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3월 말 5,309%에서 8월 말 226%로 낮아진다.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낮아지면 정부가 조성한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 일부를 지원 받을 수 있는 요건도 갖추게 된다.
현대상선은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제3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박차를 가한다. 해운동맹의 최종 마감은 10월이지만 이르면 7월 말까지 가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들로부터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은데다 채권단도 해운동맹 가입을 위해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어서 해운동맹 가입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이미 해외선주들에 대해 해운동맹 사전 작업을 해놓은 만큼 채권단도 이에 더해 지원 사격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정확한 형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상화 지원 의지를 담은 ‘컴퍼트 레터’를 보내는 등 채권단의 지원 의사를 명확히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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