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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채권단, '한진해운' 지원규모 줄다리기...조양호 결단만 남았다

한진 4,000억 지원 제시하며 경영권회복 장치 요구

채권단선 "최소 6,000억 돼야"...이르면 내주 결론





현대상선(011200)이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 짓고 회생의 길로 접어들게 되면서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로 남은 한진해운(117930)의 운명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이 주목 받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4,1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더해 한진그룹에서 최소 6,000억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진그룹은 4,000억원 수준의 지원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하며 우선매수청구권 등 한진해운이 정상화된 후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는 장치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채권단과 한진그룹의 물밑 줄다리기는 이르면 다음주 중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대한항공 5,291억원 손실 확정=한진그룹은 지난 2년간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지만 한진해운은 회생을 하지 못했고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까지 휘청이고 있다. 1·4분기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70% 늘어난 3,233억원을 기록하고도 1,7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만 2,157억원, 지난해 2월 차환 목적으로 인수한 한진해운 영구채 1,100억원이 손실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간다면 앞으로도 5,291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위험 노출액은 지분 장부가액 2,620억원(33.23%·8,149만6,196주)에 더해 영구채 1,100억원, 2014년 말 한진해운이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 교환사채(EB) 차액정산 의무액 1,571억원 등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모든 손실을 대한항공이 떠안아야 한다.

◇“한진그룹 6,000억원 지원 회생 최소 조건”=대한항공을 포함해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료 등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면 꽉 막힌 용선료 인하 협상도 기류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같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이미 제시한 4,112억원 규모의 자구안에 더해 한진그룹 차원에서 6,000억원가량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달 1,000억원가량 체납되는 용선료 등을 감안할 때 1조원 정도는 있어야 내년 말까지 한진해운의 부족한 유동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그룹이 채권단 요구수준에 맞춰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한진그룹의 져야 하는 부담은 법정관리로 가는 경우보다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진그룹은 채권단에서 자금 부족분의 일부를 지원하고 그룹이 추가로 투입하는 자금에 우선매수청구권을 붙여 향후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의 채무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채권단이 지원해 봐야 다른 이해당사자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여서 의미가 없다”며 “부족한 유동성은 회사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어떤 결단 내리나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유동성 지원 방안을 제출 받은 후 수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 한진그룹 측은 채권단의 유동성 확보 방안 요청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주에는 답변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더 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한진해운을 살릴지, 확정 손실만 떠안고 포기할지는 조양호 회장의 결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다만, 한진해운 측이 우선매수청구권 등 조건을 담은 유동성 지원 방안을 제시한 후 채권단과 일정 부분 조율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조양호 회장이 이미 한진해운에 1조원이 넘는 자금 지원을 한 점과 대한항공의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점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양대 국적선사가 모두 살아날 경우 굳이 합병을 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도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부채비율이 931%에 달하는 대한항공이 회생이 불투명한 한진해운에 아무런 조건 없이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오히려 경영부실에 책임이 있는 최은영 전 회장이 보유 건물을 매각하는 형식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이 도의적으로도 맞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임세원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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