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국내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IPO 무기한 연기는 다른 계열사의 상장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초 롯데그룹은 코리아세븐·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의 IPO도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재 상황에서는 추진되기 어렵다.
대형 증권사의 한 IPO 담당 임원은 “호텔롯데와 IPO를 계획했던 다른 4곳의 계열사의 추정 시가총액을 합치면 20조원을 넘길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번 사태로 상당한 규모의 ‘미래 유동성’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셈”이라고 짚었다.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 호텔롯데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거래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 보유 지분 5.45%에 대한 보호예수 동의를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관련 규제를 완화해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길을 터줬다. 보호예수는 대주주나 기관투자가 등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IPO를 하기 위해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 상장까지 고려한 호텔롯데를 잡기 위해 오랜 기간 많은 공을 들였는데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동안 상당한 인력을 투입해 호텔롯데의 IPO를 준비한 7곳의 상장주관사(증권사)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계기로 주식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모든 게 틀어져서 ‘일장춘몽’을 꾼 것 같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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