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에이..설마..“ 라고 생각하다가도 ”근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라고 생각하신 적도 있으신가요?
만약 당신이 그 게시물의 피해자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냥 잠잠해질 때까지 가만히 있을 건가요?
광고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어느 날, 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모델이 광고를 찍고 난 뒤 악의적인 소문과 댓글이 퍼지고, 급기야 안티 카페까지 생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아직 초등학생인 어린 모델이 평생 정신적인 고통을 받을 것을 걱정해 직접 온라인 상의 악플과 게시물 등을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연극 배우에서 광고 모델 에이전시 대표, 그리고 지금 국내 1호 디지털 세탁회사 대표가 된 그 남자, 서울경제썸에서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인 김호진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산타크루즈 컴퍼니 대표 김호진(47)입니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연극배우로 활동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광고 모델 에이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됐어요. 주로 광고 이미지에 잘 맞는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일이었는데, 연극 배우로 활동했던 경험 덕분에 적재적소의 모델을 발탁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그 회사를 운영할 기회가 생겼어요.
2008년 초등학교 5학년생을 광고모델로 데뷔시킨 적이 있어요. 약간 통통하고 평범한 여자아이였는데, 광고가 나간 후 인터넷에 또래 아이들의 악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달렸어요. 심지어 안티카페도 생겼죠. 결국 그 친구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벌어졌어요. 그 당시만 해도 악의적인 게시물 삭제 업무를 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포털과 안티 카페에 직접 연락해 게시물을 내려달라고 부탁했어요. 그 일을 계기로 19년동안 운영해오던 모델 에이전시사업을 그만두고 2013년 3월 본격적으로 회사 사업자 등록을 하고 새로운 업(業)을 시작하게 됐죠.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IT분야를 잘 몰라서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디지털 세탁업무의 기본은 빅데이터 수집인데, 그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비용도 많이 들었죠. 보통 2,000~3,000만원이면 최고급 사양 프로그램을 구입할 수 있는데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10억원 가까이 들어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사업 적자가 컸었죠.
우선 반드시 숙지해야 할 점은 삭제 의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삭제되는 건 아니예요. 정보통신망법 44조에 의거해서 ‘개인정보침해’를 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삭제가 가능한거죠. 1차적으로 저희가 판단을 해서 삭제할만한 게시물일 경우, 의뢰를 받아서 포털에 삭제 요청을 신청해요. 그리고 네이버 등의 포털에서도 개인정보보호팀에서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2차적인 검증이 이루어진 다음 삭제됩니다. 간혹 해석에 따라 삭제가 안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요청을 하거나 재판을 통해 법적인 판단을 이용해 해결하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요청한 의뢰들은 거의 99% 정도 하루 이틀 안에 삭제 가능해요.
사업 초기엔 주로 연예인들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하지만 이후 일반인들의 의뢰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금은 13세~17세까지의 청소년들이 전체 고객의 70%를 차지합니다.
삭제요청 게시물 유형은 크게 2가지인데, 타인을 비방하는 악의적인 게시물과 연인관계의 은밀한 성관계 동영상이 주를 이룹니다. 청소년들의 경우, 부모나 또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으니까 혼자서 끙끙 앓다가 자살하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저희 회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청소년들에겐 무료 서비스 제공을 하는 대신 사회봉사시간을 채우라고 말해요. 공짜로 쉽게 해결해주면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기 때문에 몸소 깨달을 수 있는 방안인 셈이죠.
10여년 전부터 온라인상 악성게시물로 인해 자살을 택하는 연예인들이 많이 늘었죠. 또 스마트폰 보급이 일반화 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교묘하게 온라인상에서 게시글로 왕따, 언어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물론 악의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청소년들의 잘못도 크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문제를 방관하는 기성세대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온라인상의 올바른 예절, 도덕 교육을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갑자기 본인과 관련된 악의적인 게시글을 퍼뜨리면 부모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수그러드니까 참아”라고 하는데, 온라인 공간은 ‘아니 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날 수 있는 공간’ 이거든요. 제대로 된 온라인 예절과 매너, 도덕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2013년에 한 매체의 기자 분이 저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분이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한 회원이 악의적으로 일명 ‘신상털기’를 했어요. 해킹도 하고, 오랜 기간 동안 스토킹을 하면서 악성 게시글을 올리고 계속 유포를 했죠. 1년 가까이 고통받던 그 기자분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저희를 찾아와서 의뢰를 했어요. 다행히 그 일은 일단락됐지만 아직까지도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큰 상태여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사람인지라 이 일을 하면서 너무 심한 악의적인 게시물이나 성적인 영상을 보면 ‘어떻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기가 차기도 하고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저만의 노하우는 상담할 때 고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감정적으로 보살펴주는 거에요. 피해자들의 경우 악성 동영상이 유포됐을 때 보통 가장 먼저 ‘자살’을 떠올리거든요. 우선적으로 고객의 고통을 줄여주고 최대한 빨리 모든 온라인상에서 삭제하려고 노력합니다.
디지털 장례업이라는 용어는 정부에서 유망 산업으로 꼽으면서 나온 용어인데 사실 단어 뜻처럼 고인(故人)을 위한 삭제 의뢰는 거의 없어요. 3년동안 10건정도? 물론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사망 후에 유족들이 온라인 상 흔적을 깔끔하게 지우는 온라인 장례 문화가 있지만 한국은 그 문화에 익숙하지 않잖아요.
한 달에 전화 상담은 300여건정도이고 실제 의뢰는 30건정도입니다. 개인 의뢰는 기본 30만원부터 300만원정도까지 데이터 양에 따라 가격이 차등적이고, 기업의 경우 보통 연간 단위로 계약하며 대략 1억~3억정도 선이에요.
지난해에는 8~9억원정도 매출을 올렸는데 사업 초반에는 쭉 적자였어요. 한 달에 보통 1억원정도 유지비가 들어가요. 사실 아직까지는 힘든 상황인데, 성취감이 높아서 항상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알 권리와 잊힐 권리는 해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하면 알 권리는 ‘다수’를 위한 권리고, 잊힐 권리는 ‘개인’을 위한 권리인거죠. 제 생각엔 잊힐 권리하고 알 권리하고는 냉정하게 말하면 부딪히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요. 단, 그 개인이 유명인사의 경우 공과 사를 구분하는데서 판단이 애매한 부분이 있죠.
‘산타크루즈’라는 사명(社名)은 어릴 적 선물을 주는 설렘의 존재인 ‘산타(Santa)’와 온라인 바다를 순항한다는 ‘크루즈(Cruise)’를 붙여서 지은 이름이에요. 직원이 총 38명인데, 24시간 상주 직원과 주간 근무하는 팀이 나눠져 있어요. IT회사다 보니까 관련 전공인 직원들도 있지만 인문계열을 전공한 직원들이 더 많은 편이에요.
최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서 미래에 부상할 새로운 직업으로 발표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국 이후 노동의 기계화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업무는 사람이 일일이 게시물을 보면서 감정을 이해하고 사고를 통해 검증하는 판단력이 중요해요. 그런 점에서 나이, 성별,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일할 수 있어 더 큰 강점이 있죠.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 한류와 한국 문화를 좋은 이미지로 각인시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국경 없는 공간인 ‘온라인 세상’에서 특히 건전한 댓글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너와 개념 있는 온라인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국내 포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은 삭제 요청이 어렵지 않은 편이에요. 하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는 삭제하기가 매우 어려워요. 그 회사 내부에 개인정보보호준칙이 있긴 하지만 해석에 따라 이해 과정에서 충돌도 많고 삭제처리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SNS가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긴 하나 삭제는 쉽지 않다는 것을 유의하세요.
평소 골프치는 것을 좋아해요. 직업 특성상 하루 종일 악의적인 게시물과 영상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까 스트레스가 심하거든요. 그래서 주말엔 조용히 골프를 치면서 마음을 정리하곤 해요. 물론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을 땐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며 수다로 해소하죠. (웃음)
가족들과 항상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같이 대화를 하죠. 아무리 바빠도 매일 가족과 대화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해요. 앞으로도 든든한 아내, 사랑스런 아이들과 행복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글·사진·영상=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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