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찾은 미얀마 행정수도 네피도 근교의 칸 따르(Kan Thar) 마을. 입구에 설치된 대형 스피커에서 1970년대 한국에서 울리던 새마을운동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현지어로 개사된 것도 아닌 한국어 노래 그대로다.
해가 중천에 뜬 한낮인데도 마을 주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도로포장 작업에 한창이었다. 한글로 ‘새마을’이라고 쓰인 초록색 조끼와 초록색 모자를 쓴 주민들은 삽으로 자갈길에 모래를 뿌렸고 진동롤러가 뒤를 따르며 도로를 다졌다.
이곳은 지난 2006년 미얀마가 수도를 양곤에서 네피도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이주민 마을로, 주민들은 일용직 노동과 가축 사육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이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000달러 미만으로 최빈국으로 꼽히는 미얀마 평균(1,113달러)에도 못 미친다.
비만 오면 침수되는 마을 길은 주민들의 가장 큰 근심거리다. 기자가 마을을 찾은 날도 직전에 내린 소나기로 흙길이 진창이 되고 곳곳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칸 따르 같은 낙후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미얀마 정부가 채택한 것이 바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이다. 미얀마는 GDP 및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농촌개발에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은 미얀마의 새마을운동 보급을 위해 1단계로 2014~2019년 총 2,200만달러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얀마 9개 주(州)에 100개의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을 지정했으며, 2020년에는 미얀마 전체의 15%인 1만개 마을로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전국 6만여개 마을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코이카는 새마을운동 사업과 한국 기업을 연계해 지속 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복안도 구상중이다. CJ와는 시범마을에서 땅콩 계약재배를, 신한카드와는 시범마을 대상 소액금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관심도 남다르다. 지난 3월말 수립된 미얀마 신정부는 ‘100일 정책’의 일환으로 새마을운동을 내걸었으며, 헤너리반티오 부통령이 직접 나서 새마을운동 진행상황을 챙길 정도다. 아웅 뚜 미얀마 농업축산관개부 장관은 취임 후 첫 방문국가로 한국을 택해 이달 말 대구에서 열리는 글로벌새마을운동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웅 뚜 장관은 “(각국의) 여러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새마을운동은 원조와 기술까지 지원받는다”면서 새마을운동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김인 코이카 이사는 “미얀마가 체제 전환한 2012년 이후 국제 사회의 원조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코이카도 지난해 미얀마를 중점협력국으로 지정하고 올해는 전년 대비 77% 늘린 2,3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이카는 미얀마를 무상원조 규모 1위 국가로 지정한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네피도(미얀마)=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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