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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사이드] 마음 비운 김준기 동부 회장

제철, 건설 등 구조조정 잊고

금융계열사 중심 사업 재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최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본 사람들은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건넨다. 한동안 “병에 걸린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들었던 김 회장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제철과 동부건설·동부팜한농을 잃었고 10년간 3조원을 쏟아부은 동부하이텍도 팔릴 처지였기 때문이다.

김 회장 스스로도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을 믿었다가 초토화됐다”며 산은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채권단은 “구조조정이 늦어지면서 그룹 전체에 위기가 왔다”며 김 회장을 공격했다.

그런 김 회장이 마음을 내려놓은 듯하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옛 생각이 다시 날 법도 하지만 예상 외로 마음을 비웠다는 게 주변 전언이다.

동부그룹의 사정에 정통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13일 “그룹 경영과 관련, 김 회장이 상상 외로 마음을 비웠고 초연해 보인다. 예전과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을 두고 병이 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며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동부대우전자를 비롯해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기업을 다시 일구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실시할 250억원 규모의 동부대우 유상증자에도 사재 60억원을 들여 참여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김 회장은 부실 기업을 살려내는 게 진짜 경영이지 좋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사업을 불하받는 것은 경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스타일이 부실이 많았던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과 동부제철 인수과정에서 나타났는데 근본 경영스타일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난해 아버지인 김 회장과 함께 동부메탈 정상화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사재출연을 했던 김남호 동부생명 부장은 동부대우 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인데 김 부장은 3월 말 현재 동부화재 주식 9.01%를 갖고 있다.

동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년간의 구조조정을 끝내고 전자와 금융계열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탄탄했던 금융을 기반으로 전자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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