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소매분야 전력판매가 55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을 포함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기업 8곳의 증시 상장도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된다. 석탄공사가 보유 중인 3개 탄광은 내년부터 단계적인 폐광을 거쳐 감산 및 인력 감축에 돌입한다. 광물자원 공사는 해외 자원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정부는 1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라 지난해 사회간접자본(SOC)과 농림·수산, 문화·예술분야 등 1차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에너지 등 3개 분야의 2차 방안을 추가 확정했다. 내년에는 정책금융·산업진흥·보건 및 의료 분야의 3차 기능조정이 예고되어 있다.
이번 기능조정에 따라 5개 공공기관(기초전력연구원·국립생태원·낙동강생물자원관·호남권생물자원관·멸종위기종복원센터)이 통폐합되고 2개 기관(석탄공사·광물자원공사)의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29개 기관은 기능이 개편된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 인력 3,500명이 전환 및 재배치, 감축될 예정이다.
2차 기능조정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한전 등 공공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분야의 민간 개방이다. 정부는 한전의 소매분야 전력판매 규제를 완화하고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하기로 했다. 태양광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자들의 전기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가스 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가스 도입·도매 분야도 민간 직수입제도 활성화해 시장 경쟁구도를 조성한 뒤 2025년부터 민간에 순차 개방한다.
정부는 또 남동발전 등 한전 발전 자회사 5곳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가스기술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 8곳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 상장하기로 했다. 정부나 공공기관 보유 지분을 51% 이상 유지하고 20~30%만 시장에 내놓는 혼합소유제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부채비율이 181.3%(지난해 말 기준)에 이르는 지역난방공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공기업 부실 정리 및 비핵심 업무 축소 차원에서 강도 높은 기능 조정 계획도 발표됐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석탄공사는 폐광을 통한 단계별 감산 및 인력 감축에 들어가 사실상 문을 닫는 절차를 밟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 자원개발 드라이브에 앞장섰던 공기업들은 핵심 자산만 남기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된다. 석유 공사는 본부 부서의 23%를 줄이는 등 2020년까지 인력의 30%를 감축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던 석유·가스 공사의 통합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광물자원공사는 해외 자원개발 기능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광물비축과 방산 업무는 유관 기관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환경분야에서는 4개 생태·생물 관련 공공기관을 가칭 ‘생물다양성관리원’으로 통합하고 교육분야에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고전번역기능을 고전번역원으로 이관해 유사·중복 기능을 정리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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