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진 부장은 어엿한 중소 시멘트 회사에서 자재구매 일을 맡고 있었다. 시멘트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하루 일과가 끝나면 조선대 토목공학과에 다니며 공부를 해 석사학위도 받았다. 시멘트 개발에 골몰하던 양 부장은 산업부산물을 활용한 ‘혼합시멘트’를 개발했다.
회장이 참석하는 임원회의에서 제품 아이디어와 사업화 방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양 부장의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양 부장은 혼합시멘트를 사업화해 보란 듯이 성공해 보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양 부장은 2014년 4월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아시아특수재료를 설립했다. 전남 구례군 간전농공단지에 경매로 나온 시멘트 공장을 4억원 이상을 들여 인수했다.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열정을 갖고 개발한 혼합시멘트의 미래 성장성을 발견했기 때문에 창업을 결심한 것이다.
양 대표는 “설립 당시 2명의 직원으로 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6명의 직원으로 75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이전 직장에서 저를 떠나게 했던 임원들이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특수재료는 사명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특수원료를 첨가한 혼합시멘트를 만들어 한화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39개 건설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바닷물·폭염·폭발 등 원청회사가 원하는 대로 맞춤형으로 시멘트를 만들어 한 해 200곳의 건설현장에 납품하고 있다. 양 대표가 다녔던 회사도 아시아특수재료 제품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양 대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은 물론 ‘RCM’이라는 고유브랜드를 갖고 있는데 그만큼 품질과 기능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건설경기가 부진한 상태지만 혼합시멘트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 올해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해 박사급 인력 2명을 채용하고 실험실 연구원도 충원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멘트 종류가 10개도 안 되지만 외국은 80개에 달한다. 다품종 생산을 해야 국산 시멘트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시멘트론’이다. 그의 눈은 벌써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양 대표는 “시멘트 배합의 기술을 살려 핵심원료를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와 중동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기업 건설회사와 공동 R&D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양 대표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고 있는 ‘창업맞춤형사업’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중기청과 창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자금으로 시멘트 분석작업을 완료해 제품화로 연결시킬 수 있었고 주관기관인 광주과학기술원 도움으로 사업화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양 대표는 “중기청 지원이 헛되지 않게 고부가가치 혼합시멘트를 개발해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례=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