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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충분한 재정 보강책 고민 중"…추경카드 꺼낼까

정부 일각 "관건은 여론"

올해도 추경 편성하면

금융위기 후 첫 2년 연속

1415A02 역대 추경 편성 규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한은의 금리 인하에 발맞춰) 충분한 재정 보강책을 고민하고 있고 여러 가지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하반기 재정절벽과 경기급랭을 막기 위해 상반기에 미리 당겨쓴 6조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재정 보강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추경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 경제부총리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과 보조금 집행관리 업무협약’ 후 기자들과 만나 “(한은 금리 인하에 맞춰)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로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떤 형태가 될지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부총리는 하반기 재정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우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 재정이 마이너스가 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유 부총리가 하반기 재정 보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충분한 재정 보강책’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단순히 공기업 투자를 늘리고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는 등의 차원을 넘어 추경까지 편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추경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론의 동향에 따라 충분히 방향이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한다고도, 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11조 5,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하기 직전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최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6월19일 “충분한 수준의 경기보강 대책으로 경제를 살려내겠다”며 추경의 애드벌룬을 띄웠다. 이후 정부는 6월 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추경 편성을 공식 발표했고 7월 국회에 제출했다. 7월 중순 국회를 통과해 8월 초부터 집행됐다.

정부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추경 편성이 요건이 엄격하지만 여야 3당이 합의만 해주면 큰 문제는 없다”며 “관건은 여론의 추이”라고 말했다. 추경 편성의 의지만 있다면 실제 법적 요건은 명분일 뿐 해석상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국가재정법은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금은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볼 수도 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면 금융위기 후 7년 만에 2년 연속 추경을 하게 된다. 정부는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진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각각 4조 6,000억원, 28조4,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도로 17조3,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세종=김정곤·이태규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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