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어떤 자산에 돈을 넣을까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투자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산 배분 비중이다. 주식과 채권·부동산에 각각 얼마씩 투자하는지가 전체 수익률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산배분을 최적화해서 운용하는 상품이 자산배분펀드다. 기관투자가는 직접 자산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며 개인투자자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전략에 따라 가입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자산배분펀드가 우리나라에 출시된 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자산배분펀드 가입 비중은 전체 펀드 수탁액의 0.1%에도 못 미치는 2,200억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자산배분 전략을 수행하는 많은 펀드가 출시됐다가 자금을 모으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사실 수년 전만 해도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 수치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에는 주식이나 리츠(REITs) 등 성장 추세에 올라타는 자산이 주목을 받았다. 일시적으로 경기가 둔화돼도 채권 등 안전 자산 중심으로 투자하면 손실을 면했다. 특정 자산을 중심으로 집중해 투자하는 것에 익숙해진 국내 투자자는 여러 자산을 전술적으로 배분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부동산에 가계 자산의 대부분이 몰려 있는 것도 자산배분 전략이 통용되지 못한 큰 이유 중 하나다. 또 자산배분 전략은 개인투자자에 주식처럼 높은 성과를 제공해주지 못했고 채권처럼 확실한 안정성을 보장하지도 않았다. 이른바 ‘그레이존(애매한 범위) 상품’이었다는 뜻이다.
2012년을 지나면서 전 세계는 저성장·저금리 시대로 진입했다. 최근에 한국도 사상 처음으로 1.25%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제 예금이나 국채는 세금을 제외하고 나면 딱 1% 수준의 수익만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앞으로 주식으로 연 20%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됐다. 예금과 국채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주식과 채권은 물론이고 부동산·원자재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펀드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꾸준히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도 자산배분펀드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 적합하다. 매달 연금자산에 돈을 내고 있지만 경기나 주가 상황을 수시로 챙겨보며 운용하는 투자자는 드물다. 그래서 투자 전문가가 알아서 자산을 배분하는 상품이 지속해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분산’과 ‘배분’을 핵심 열쇳말로 항상 기억해야 할 때가 됐다. 남상직 한국투자신탁운용 마케팅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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