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생산 합작사를 착공하며 미국 석유화학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 비자금 의혹을 향한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로 미국 화학 업체 인수 계획이 틀어지고 롯데케미칼은 비자금 핵심 통로로 지목되면서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을 실현하면서도 미소 짓지 못하는 형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를 비롯한 롯데 핵심 경영진은 루이지애나에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이는 에탄크래커(ECC)와 합성섬유의 주원료인 에틸렌글리콜(EG)을 각각 100만톤과 70만톤 생산하는 합작사 기공식을 14일(현지시간) 개최했다. 롯데케미칼과 미국 석유화학기업 엑시올이 9대1 비율로 지분을 투자하는 이 공장은 오는 2018년 준공 예정이다. 총 투자금액은 3조원대에 이른다.
롯데를 포함해 전세계 석유화학 기업들은 기존 석유화학 원료인 납사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다 북미서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셰일가스 기반의 석유화학 원료 개발에 적극 뛰어들기 시작했다. 셰일가스 등 천연가스에서 직접 생산한 원료는 납사 기반 원료 가격의 60% 정도에 불과해 이윤이 더 크다.
다만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 수뇌부는 한국 기업이 미국 석유화학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기념비적인 이번 합작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착잡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롯데케미칼은 엑시올을 아예 약 4조원대에 인수해 글로벌 12권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할 포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검찰의 롯데 총수 일가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자 계획을 철회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사장)는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기공식에 참석조차 못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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