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 끝에 씨앗을 붙인 7.5m 투명 아크릴바 6만 개로 만든 2010년 상하이엑스포 영국관은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는 그 경건한 정신으로 ‘씨앗 성당’으로 통했고 ‘민들레’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선보인 꽃잎 모양의 성화대는 204개국의 화합을 상징하며 장관을 이뤘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도 전시된 적 있는 스펀체어(Spun Chair)는 4개의 다리가 기본이라 여겨지는 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숴버렸다.
이들을 탄생시킨 주인공이자 ‘우리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리는 영국의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46)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16일 용산구 독서당로 디뮤지엄에서 개막하는 ‘헤더윅 스튜디오:세상을 변화시키는 발상’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디자이너 헤더윅은 1994년 ‘헤더윅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디자인,건축,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약하고 있다.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헤더윅이 꼽은 창의적 발상의 원천은 ‘소통과 노력’이었다. 그는 “디자이너인 우리에게 창의력은 ‘생존전략’이며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강요하며 일하지는 않는다”며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확고한 의지(determaination), 계속해서 앞으로 밀고 나가는 긍정적인 자세”라고 밝혔다. 헤더윅은 “우리는 인간의 경험을 중시하며 논의와 논쟁 끝에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면서 “특히 공공디자인의 경우 많은 규제와 예산확보의 어려움, 게다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 부딪히기 마련인데 이 경우 각 부문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이고 이 의견들을 어떻게 함께 끌고 갈 지에 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여 명이 몸담은 ‘헤더윅 스튜디오’를 이끄는 그는 “협업과정을 통해 미래 세대가 행복할 수 있는 유산을 남겨줄 수 있고 그래야 세대 갈등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의 공예와 장인정신이 매우 훌륭하던데 진행 중인 캘리포니아의 구글 신사옥 작업에서도 이 점을 접목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M1,M2의 두 개 층에서 펼쳐진 전시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가진 풍부한 콘텐츠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옆 광장에 설치된 8.4m 높이 변전소 냉각장치를 시민들의 공용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나 성냥갑 같은 학교 건물을 나뭇잎 모양으로 유려하게 만든 모형물 등은 경직된 사고방식을 흔들어 놓는다. 헤더윅스튜디오의 손을 거쳐 곡선형 모서리를 가진 우아한 형태로 다시 태어난 런던의 상징 빨간색 2층버스, 2018년 완공 예정인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 ‘가든 브리지’도 미리 만날 수 있다. 혼자서 회전하는 최신형 ‘스펀체어’는 이번 전시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영국 정부의 국가 홍보사업인 ‘그레이트 브리튼 캠페인(Great Britain Campaign)’의 일환으로 기획돼 디뮤지엄과 영국문화원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기획자인 케이트 구드윈 영국 왕립미술원 건축 분야 수석 큐레이터는 “헤더윅 스튜디오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다음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전통과 현대라는 하나의 틀로 묶을 수 없는 독창성을 볼 수 있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10월23일까지. (070)5097-0020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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