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은 앞으로 근로자에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액을 할인해 확정급여 채무를 계산하고 여기에 상응하는 금액의 자산을 사외에 적립해야 한다. 올해 연말 기준으로 확정급여 채무의 80% 이상을 사외에 적립해야 하며, 2020년까지는 단계적으로 100%를 쌓게 돼 있다. 이러다 보니 확정급여 채무의 변동이 크면 기업이 사외에 적립해야 하는 자산도 늘어나게 된다.
DB형 퇴직연금의 운용 현황을 보면 확정급여 채무와 사외 적립 자산이 제대로 연동돼 있지 않다. 확정급여 채무의 변동은 임금상승률, 평균근속연수, 할인율 등에 따라 달라진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따르면 2001년~2014년 사이에 확정급여 채무는 연평균 14.3% 증가했고 변동성은 25.7%를 기록했다. 반면 연금자산은 95%가량을 원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하다 보니 자산운용 수익률은 3.75%에 불과했다. 운용상품의 만기 또한 연금자산의 80%가량이 1년 만기로 설정돼 있어 듀레이션이 5~10년인 부채의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부채와 자산이 따로 놀지 않고 어느 정도 연동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DB형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연금자산을 운용할 때 확정급여 채무의 증가율이나 변동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확정급여 채무와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산이 장기채권이므로 단기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중된 구조를 장기채권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금리가 더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면 포트폴리오 변화를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자산과 부채의 변동성을 일치시키는 것에만 중점을 두면 자산의 운용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금융자산도 적극적으로 편입해야 한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보면 변동성이 줄어든다. 적절한 비중을 둬서 수익을 취하는 전략적 배분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체투자 자산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대체투자 자산은 유동성이 낮지만 듀레이션이 길고 수익률이 높다. 이 같은 특징을 잘 활용해 투자하면 자산·부채 변동성 축소와 운용 수익률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DB형 퇴직연금의 적립자산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 변화에 맞게 운용 전략도 변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