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뱅크런(대규모 자금이탈)’에 대비해 은행의 외화 비축을 의무화하는 ‘외화 LCR(Liquidity Coverage Ratio·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도입 방안이 공식 발표됐다. 일반 은행은 내년 60%를 시작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오는 2019년까지 80%를 충족해야 한다. 그 대신 3개월 외화 유동성 비율 등 ‘은행업감독규정’ 상당수의 규제는 외화 LCR로 단일화된다. 선물환포지션 한도도 도입 6년 만에 처음으로 완화해 은행의 부담을 줄였다. 16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현재 권고사안인 외화 LCR를 내년 1월부터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외화 LCR는 금융위기를 가정해 30일 동안 빠져나갈 외화 대비 고유동성 외화자산 비중을 말한다. 당국은 KB국민은행 등 일반 은행에는 내년 60%, 2018년 70%, 2019년 80%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 달간 빠져나갈 외화가 10억달러라면 내년부터 6억달러를 현금성 외화자산으로 비축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당국은 기업은행·농협·수협 등 특수은행은 내년 40%를 시작으로 매년 20%포인트씩 상향해 2019년 80%를 강제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내년 40%, 2018년 50%, 2019년 60%를 적용한다. 단 수출입은행과 JP모건 한국지점 등 외은지점, 외화부채 규모가 5억달러 미만인 전북·제주·광주은행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당국은 규제 대상 지표를 월평균 외화 LCR로 정했다. 일일 수치를 대상으로 하면 하루 이틀 정도 비율을 어기는 은행이 속출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월말 지표를 대상으로 하면 한 달 내내 규정을 어기다 월말에만 반짝 외화 LCR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당국은 규제 위반 시 2회까지는 사유서·달성계획서 등만 받고 3~4회 어길 시 1회당 5%포인트씩 규제 비율을 올리며 5회 이상 위반하면 규제를 달성할 때까지 신규 외화차입을 정지시킬 계획이다.
외화 LCR는 국제 은행 건전성 규율인 바젤Ⅲ에서도 권고사안이다. 이를 의무화하는 만큼 강력한 외환 방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부터 중장기적으로 미 금리 인상, 중국 금융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은행 스스로 외화 곳간을 관리하게 해 외환위기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당국은 현재 은행업 감독규정상 총 5개의 외환건전성 규제는 외화 LCR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7일·1개월 만기불일치 비율, 3개월 외화 유동성 비율, 외화 여유자금 비율, 외화 안전자산 보유 비율 등이다. 외환위기·금융위기를 거치며 허겁지겁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지고 국제 기준과 통일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들이다. 다만 1년 초과 중장기 외화자금 비율은 유지한다.
또 거시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한도·외환건전성 부담금·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중 선물환포지션 한도도 완화한다. 국내 은행은 30%에서 40%로, 외은지점은 150%에서 200%로 완화해 은행들이 외화차입 허용 폭을 넓히기로 했다.
/세종=이태규기자·조민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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