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의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690억원)과 비교하면 2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2·4분기 실적은 더 암담한데 업계에서는 200억원가량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특히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부진하면서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이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LG이노텍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을 중국 기업이 앞다퉈 생산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자동차 부품이나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은 나쁘지 않지만 회사 전체로는 상황이 좋아지지 않았다. 지금의 임금체계로는 중국과 도무지 경쟁이 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회사 직원들에게 엄습했다.
LG이노텍이 16일 우리나라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생산직 호봉제 전면 폐지와 100% 성과급제 도입을 발표한 것은 이 같은 위기의식이 뒤에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에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미 중국이 상당 부분 따라온 조선이나 철강이 아니더라도 자동차나 전자 분야에서도 더 이상 임금체계 혁신을 미룰 수 없다는 신호탄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정부가 이노텍의 실험을 환영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이미 도입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15년 전부터 성과 역량 기반 인사제도를 현장직까지 확대 운영하면서 시장 입지를 강화해왔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2000년 기본급에 성과급을 반영한 데 이어 2004년 호봉제를 완전 폐지했다. 올해부터는 근로자들의 성과를 매달 평가해 월급에 반영하는 성과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도 2011년 기본급 자동인상을 없앴다.
LG이노텍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생산 현장은 공정이 전문화되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고 있어 근속연수보다는 빠른 업무 적응력과 전문 직무역량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저성과자와 고성과자 간 임금이나 인센티브에 대한 차별적 보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고 했다.
LG이노텍이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도 국내 기업 문화에서는 ‘파격’이지만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스탠더드’ 수준이다.
LG이노텍이 도입한 성과제는 기본급(100%) 외에 3종의 인센티브를 추가해 급여가 더 오를 수 있다. 성과 인센티브와 수시 인센티브, 상위 10% 조직에 주어지는 우수 라인 인센티브를 더하면 최대 30%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발탁승진제를 신설하고 연 48시간 의무교육을 도입하는 한편 공정평가위원회와 이의신청제도를 운영해 제대로 된 성과급제가 될 수 있도록 한 점도 이노텍의 개편안이 높게 평가 받는 부분이다. LG이노텍의 현장직 성과급제 도입은 1999년 사무기술직 호봉제 폐지 이후 17년 만의 최대 변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OCI처럼 능력급제라고 해서 부분적으로 생산직 연봉제를 도입한 경우는 있지만 전 생산직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LG이노텍이 최초”라며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최초로 도입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자리 잡은 호봉제는 임금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제도 도입은 직원의 업무역량 강화 및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필·강도원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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