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직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채권단과 용선주, 사채권자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금액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사주 배정 물량도 만만찮다.
전체 유상증자 금액(2조5,252억원) 중 채권단의 출자전환(6,800억원)을 비롯해 용선주와 사채권자의 예상 출자전환금액 등을 뺀 실제 증자금액은 1조2,000억원 수준. 우리사주에 배정된 금액은 전체 증자 금액의 20%인 약 5,000억원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상선의 직원 수는 1,246명으로 우리사주에 배정된 물량을 전부 소화할 경우 단순 계산하면 직원 1인당 4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현대상선의 한 직원은 “2010년과 2012년, 2013년, 2015년 유상증자에도 ‘회사가 있어야 근로자도 있다’는 생각 하나로 은행권 대출을 받아 청약했지만 돌아온 것은 주가 하락에 평가손실과 늘어난 마이너스 통장 잔액뿐”이라며 “경영진이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경영 부실을 직원들이 계속 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물량을 반드시 떠안아야 할 의무는 없지만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사주의 대량 실권은 일반공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과 용선주 등의 출자전환 금액을 빼고 현대상선은 우리사주와 일반 공모를 통해 최소한 4,280억원의 운영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가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반공모 청약보다 하루 먼저 앞서 끝나는 우리사주조합의 청약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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