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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청년고용·ICT융합·바이어 신뢰 구축...신발산업 르네상스 열겁니다"

#IMF 한파 몰아칠때 창업#

"고부가 제품으로 승부하면

중국산 몰려와도 문제 없어"

10개 이상 글로벌 브랜드에

등산화·워킹화 공급 결실

신발산업 히든챔피언 올라

#R&D·교육·신용 '삼발이 경영'#

직원의 26% 100명이 개발진

신입직원들 신발기능사 취득도

개성공단 멈춰 위기이지만

베트남에 공장 신축 등 추진

바이어와의 약속 꼭 지킬 것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이 20일 부산 녹산동에 있는 삼덕통상 신발 전시장에서 첨단소재로 만든 고부가 신발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산=서정명기자




아픔과 절망 대신 부활과 희망을 얘기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시선은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응시하고 있었다.

북한 핵실험으로 지난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는 위기를 맞았지만 한국 신발 산업의 산증인답게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문창섭(60·사진) 삼덕통상 회장 얘기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찬바람이 몰아치던 1997년 삼덕통상을 차렸다.

10개 이상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에 등산화와 워킹화를 공급하는 회사로 키워냈다. 올 5월 정부는 한국 신발 산업의 ‘르네상스’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했다. 이달에는 한국 신발 산업을 대표하는 히든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해 삼덕통상을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했다.

회사 성장의 비결을 물어봤다. 문 회장은 “많은 사람이 ‘중국산 저가제품에 밀려 한국 신발 산업은 이제 한물갔다’는 얘기를 하지만 저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연구개발(R&D)과 청년고용, 바이어 신뢰 등 3개의 경영원칙을 목숨처럼 지킨다면 신발 산업도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로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덕통상이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에 신발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R&D, 청년고용과 교육, 바이어 신뢰 구축 등 ‘삼발이 경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R&D를 언급할 때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문 회장은 “신발 기술과 품질에 대해서만큼은 절대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는다”며 “신발 산업이 옛날의 영광을 재연하고 신발 기업이 혹독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재와 기능을 다양화해 고부가 상품을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삼덕통상은 국내 직원 350여명 가운데 R&D 인력이 100명을 넘는다. 전체 직원의 26%가 제품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1개의 팀이 1개 회사(브랜드)를 전담하는 ‘1사 1팀’ 원칙에 따라 제품을 개발한다.

문 회장은 “R&D 직원들이 모든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바이어 니즈를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개별 브랜드마다 맞춤형 R&D팀이 있기 때문에 책임감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삼덕통상은 위치추적, 운동량 측정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신발을 상용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회장은 “ICT를 접목시키면 사양산업이라고 평가절하되고 있는 신발 분야가 화려한 백조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그는 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잡는다. 사회적 평판도 있는데 불편하지 않은지 물어봤다.

문 회장은 “운전기사를 둘 여력이 있으면 청년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고 싶다”며 “삼덕통상은 물론이고 국내 신발 산업이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채용하고 교육시켜서 신발 전문가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삼덕통상은 청년들이 입사하면 사원아파트(1인 1실)를 제공해 집값 걱정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파트가 30채로 90여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사원카페 운영과 체육관 마련, 사내 신발대학 정규 학위과정 도입, 일·학습병행제 등을 통해 청년고용과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장학습훈련(S-OJT) 우수사례로 꼽혀 전국 대상을 받았고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과 학습조 성과경진대회 은상, 부산시 고용 우수기업 인증 등을 잇따라 받았다. 문 회장이 중시하는 ‘청년고용’과 ‘인재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경영자는 청년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보다는 청년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업문화와 환경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청년 인재들이 입사하더라도 그러한 여건이 형성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나려고 한다. 마음속으로 ‘계약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이 지난 5월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청년 인재를 정규직으로 뽑았다고 하더라도 사원복지·재교육 등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계약직으로 생각하고 언제든지 회사를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회장이 직원교육에 쏟는 열정은 남다르다. 2013년부터 ‘신발 기능장 제도’를 도입해 갓 입사한 직원은 1년간 생산라인 등 현장으로 보낸다. 신입직원은 신발 제조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 습득을 위한 과정을 거쳐야 희망부서로 갈 수 있다. 현장에 가지 않으면 승진에 감점요인이 된다. 그는 “생산라인과 현장을 모르면 신발 전문가가 될 수 없고 임원이 되더라도 생산직원들의 고민과 고통을 알지 못한다”며 “직접 신발을 만들어봐야 업무 속도도 빨라지고 전문가로 급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로 4자성어 의미를 각색)’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해의 경우 대졸 신입직원 가운데 40%가 입사 3개월 이내에 국가공인 신발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직원들의 혁신 의지와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사내학점 이수제,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해 대학에 가지 못한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대학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했고 잔디공원을 조성해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투자를 하면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여유자금은 직원들의 휴식공간을 위해서 아낌없이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문 회장은 “인재가 기업의 알파요, 오메가 아닌가”라며 “젊은 인재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해 10년, 20년 뒤에 우리 전통산업과 뿌리산업을 굳건하게 지탱하는 인재로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지만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R&D, 청년고용에 이어 문 회장의 경영철학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은 ‘신용’이다. 삼덕통상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었다. 제품의 80% 이상을 개성공단에서 임가공 형태로 생산했다. 올 2월 북한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위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문 회장은 “우리의 처지가 힘들다고 해서 신발 오더를 낸 바이어들에게 털끝만큼의 피해도 끼쳐서는 안 된다”면서 “납기물량과 기일을 맞추기 위해 20여개 중국 외주업체에 시장에서 형성되는 임가공비 단가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삼덕통상을 믿고 이미 오더를 낸 바이어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는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바이어가 장사를 망치면 안 된다”면서 “내가 받은 오더에 대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독일 신발 유통회사인 미앤프렌즈AG가 개성공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삼덕통상과 대규모 신발 거래를 하고 있는 것도 문 회장이 구축한 두터운 신뢰 때문이다.

문 회장은 “앞으로 3년이 고비가 될 것 같다”며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현재의 위기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동요나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땀을 흘리고 있는 임직원과 협력업체들이 있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무엇보다 오늘날의 삼덕통상이 있도록 도와준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백방으로 뛰고 있다. 베트남에 부지를 마련해 공장을 신축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삼덕통상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구매, 베트남 불자들에 대한 쌀 기증, 대학생 현장 버스투어 실시, 아프리카 어린이 후원, 저소득층을 위한 신발 기부 등 다양한 형태로 회사이익을 이웃들에게 환원시키고 있다.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을 기치로 내건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로부터 2014년 기업 가입을 승인받은 것은 삼덕통상의 이 같은 CSR 활동이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문 회장은 “저는 삼덕통상을 설립했을 뿐 고객과 이웃들이 오늘날의 삼덕통상으로 키우고 발전시켜주셨다”며 “CSR 활동을 하면서 ‘하나를 베풀면 곱절 이상의 행복이 찾아온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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