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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현대重 중노위 조정 신청·STX도 파업 태세…"노조 리스크에 해외선주들 발주 주저"

하투 채비 나선 조선사 노조에 우려 목소리

'빅3' 이어 중소조선사도 줄줄이 동참 움직임

미포조선 흑자명분으로 성과급 250% 이상 요구

"명분 없는 투쟁" 비난에 쟁의 결행은 미지수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조선업계 분위기가 심상찮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조선 빅3’ 노조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파업 결의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하투(夏鬪) 채비에 나섰다. 4조5,000억원이 투입됐지만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이냐, 회생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STX조선해양까지 파업 태세를 갖췄다.

관건은 조선업계 노조가 정말 파업을 결행할 것인지 인데 노조의 파업 결의 자체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질뿐더러 고통 분담을 외면한 강경 대응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각 사업장의 노조가 자신들의 입지를 우선 생각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일 전격적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앞으로 10일간 조정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중노위가 내린 조정안을 노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 결렬이 선언되고 중노위는 이에 따라 조정 중지나 행정 지도 결정을 내리게 된다.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지만 행정 지도 결정에도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되면 이는 불법이다.

설상가상으로 현대미포조선 노조마저 최근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위한 회사 측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의 지원 부문 분사와 같은 방식의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원식 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처럼 회사가 분사 같은 그룹 정책을 따르려 하면 노사관계를 전면중단하고 투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6분기 연속 흑자인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한 것이다.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는 한편 기본급 9만1,468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250% +추가, 각종 수당(가족 수당, 자격증취득 수당, 직무환경 수당 등) 인상, 5·6년제 대학까지 학자금 지원(최대 8학기에서 12학기까지 연장)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삼성중공업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도 이날 거제조선소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향후 쟁의 추진 방향과 파업 찬반 투표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중공업은 노조가 아닌 협의회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처럼 중노위에 조정 신청을 낼 필요가 없다. 대신 회사에 쟁의 발생 사실을 신고하고 7일간의 냉각 기간과 협의회 구성원 찬반 투표 가결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노동자협의회는 조만간 관련 절차를 밟아 찬반 투표까지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일찌감치 전체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 압도적 표차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도 최근 쟁의 행위 돌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진행해 가결 시켰다. 자칫하면 회사가 청산돼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한 STX조선마저 파업이라는 강경 투쟁을 결정한 것이다.

조선업계 노조가 파업 수순에 돌입했지만 실제 파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수조원대의 적자를 낸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국가적 이슈가 된 마당에 노조가 구조조정 자체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강행할 명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수주 절벽’에 마주해 일감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파업을 볼모로 노조가 회사 압박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노조 파업이 더욱 심각한 수주 가뭄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선주들은 국내 조선업계의 ‘노조 리스크’를 우려해 발주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건조 주문을 넣는 선주 입장에서는 노조 파업으로 제때 선박을 인도받지 못한다면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호황 때 다시 일어서려면 불황인 지금 노사가 힘을 모아 긴축을 해도 모자랄 판에 파업으로 맞서겠다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올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을 보면 위기가 이미 눈앞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194억달러로 잡았지만 5월 말 현재까지 수주 규모는 32억달러에 머물러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목표 달성률이 4.0%, 현대삼호중공업은 2.8%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하반기부터 일부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매출은 2006~2007년 수준으로 회귀했지만 인력 규모는 호황기였던 2012~2014년 수준이어서 조선사들이 발표한 대로 인력 감축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고정비 부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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