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현지법인들의 국내 상장 걸림돌이던 과세이연 혜택이 일몰(한시 시행 이후 종료)됐다가 다시 부활한다. 그동안 국내 유턴상장을 준비하던 해외현지법인들은 특수목적회사(SPC)에 현물출자가 과세이연 혜택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에 세금혜택이 있는 싱가포르·홍콩 등에 상장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22일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IB 업계와 거래소가 건의한 해외현지법인의 국내상장에 과세이연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애로 사항이 없도록 합리적으로 판단해 연내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도 “과세이연 혜택을 부여하기로 기재부와 협의가 끝났다”며 “IB 업계가 우려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올해 설립된 SPC에 대해서도 과세이연의 소급적용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 과세이연 인센티브의 일몰이 해외현지법인 국내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 2012년 거래소는 해외현지법인이 국내에 지주회사 격인 SPC를 세워 현물출자를 한 후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해외 자회사 지분을 80% 이상 국내 SPC에 넘길 경우 현물출자로 인정하고 SPC가 해외 자회사 지분을 매각할 때까지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이연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세이연 혜택은 해외에서 성공한 현지법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라며 “지난해 LS(006260)그룹의 베트남 법인인 LS전선아시아와 화승그룹의 베트남 신발 제조법인인 화승비나의 국내 증시 유턴도 이런 혜택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세이연 혜택 종료 소식이 전해지며 올해는 상장을 준비하던 해외현지법인의 SPC 현물출자가 올스톱 상태다. IB 업계에서는 오리온비나·효성베트남 등의 베트남 내 현지법인들이 국내 상장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4년 이상 해외법인 상장에 공을 들여오다가 이제 결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사실상 휴업상태에 들어갔다”며 “거래소가 해외법인 상장시 과세이연이 일몰되는지 여부를 선제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현지법인의 상장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거래소와 기재부가 급하게 협의에 들어갔고 세법개정을 통해 해외현지법인에 대한 과세이연 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올해 상장을 위해 SPC에 현물출자하는 해외현지법인에도 소급적용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법인세 과세이연 조항 중 일부가 일몰되면서 해외현지법인의 상장에도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거래소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해외법인 상장 유치활동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지역은 한국 증시 직상장은 증권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SPC를 통한 상장은 승인 대상이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는 각각 4,600개, 2,000개의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세종=김정곤기자,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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