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공유경제 등 현재 국내총생산(GDP) 통계로 측정되지 않는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보조지표 개발에 나선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디지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신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23일 한은의 한 관계자는 “국민계정의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기준을 같이 논의 중인 상황인데 그것과 별도로 우리가 GDP의 한계와 개선방안에 대해 연구를 할 계획”이라며 “그 결과를 토대로 대체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연구보고서 형태로나 중간중간 외부로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GDP 보조지표 개발에 나선 것은 현행 국민소득체계가 최근의 산업변화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공유경제의 심화를 이끌고 있는 ‘에어비엔비’나 ‘우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개인 소유의 자가용을 필요에 따라 택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량공유서비스인 우버의 경우 서비스에 사용하는 차량은 돈을 버는 데 사용되더라도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생산재가 아니니 소비재로 분류된다. 즉, 우버 서비스를 통해 누군가 돈을 벌어도 이 돈은 GDP 숫자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공유경제뿐 아니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생겨난 신산업도 현행 국민소득 통계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가까운 예가 무료서비스인 카카오 택시다. 무료이기 때문에 현행 국민소득 체계상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제로(0)’다. 오히려 기존 콜택시 서비스 회사가 문을 닫아 부가가치에는 되레 마이너스 효과가 있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효용은 높아졌지만 실제 숫자상으로는 나빠진 것으로 보이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소득 통계의 근간인 ‘국민계정체계(SNA·System of National Accounts)’가 국제적 표준인 탓에 이 같은 변화상 반영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국민계정체계는 1953년 유엔이 처음 발표한 후 1968년·1993년·2008년 크게 개정됐다. 1990년 후반 다국적 제조기업의 해외 생산분을 어떻게 국민계정체계에 편입시킬지 논의한 결과는 10여년이 흐른 2008년에나 반영됐다. 이런 한계 때문에 한은이 국내 상황을 보다 정확하기 파악하기 위한 보조지표 개발에 나선 것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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