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가장 신뢰감을 주는 통합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①KB증권 ②KB투자증권 ③KB금융투자 ④큰 차이점 없어 보인다.
현대증권과 통합에 갈 길이 바쁜 KB금융이 엉뚱한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정체는 통합 증권사의 회사명. 지난 23일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KB금융지주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일부 고객을 포함해 27일까지 진행되는 설문조사 결과 가장 선호도가 높은 사명이 종합평가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KB금융지주 내부에서는 KB증권에 무게를 두면서도 예상 밖의 설문결과에 대비해 ‘KB증권’ ‘KB금융투자’ ‘KB투자증권’ 모두 통합사명으로 가등기를 내놓은 상태다.
설문에 참여한 직원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설문에 참여한 KB투자증권의 한 임원은 “중복되는 20문항에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이 선호하는 ‘KB금융투자’를 사명으로 사용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KB금융 입장에서는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은행계열 증권사를 뒤쫓아가는 모양새라 선뜻 내키지 않은 눈치다.
그렇다고 고객들이 좋아하는 ‘투자’라는 단어를 감안해 기존 ‘KB투자증권’을 유지하자니 통합 법인의 새 출발에 걸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아예 KB증권으로 단순화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메릴린치와 같은 한국의 유니버설뱅크를 목표로 한다는 통합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이 거세다.
통합 대상인 현대증권 임직원은 ‘현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대증권 직원은 “현대증권 브랜드를 현대상선 측에 넘겨 ‘현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면서도 “주식 거래 이미지가 강한 ‘증권’보다는 다양한 투자자산을 관리, 운영하는 ‘금융투자업’의 본질에 맞게 ‘KB금융투자’가 어울린다”고 말했다.
직원은 물론이고 고객까지 포함해 사명 결정 설문을 돌린 것에 대해 증권가의 평가도 엇갈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은 옛 대우증권을 인수한 직후 통합사명을 확정했다”며 “속도전이 생명인 증권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은행식 사고”라고 지적했다. 반면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명을 통보하는 식보다 민주적이고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 측은 “설문을 통해 통합사명을 확정하는 것도 KB와 현대의 ‘소통’과 ‘화학적 융합’을 위한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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