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혁신 전문가들은 레드오션에서 빠져 나와 블루오션을 개척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상처리 기기업체인 이에스브이의 이종수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 대표는 “기존 레드오션에서 경쟁업체들과 원가 싸움을 하지 않고 연구개발(R&D)로 혁신 제품을 선보인다면 소비자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스브이는 차량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등 영상처리 기기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생산해 원청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를 합해 지난해 100만대 가량을 생산했고 특히 블랙박스의 경우 내수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대표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다른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데 그친다면 바로 퇴출되겠지만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력으로 저가 제품의 추적을 따돌린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스브이는 시화공단에 일괄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품별로 외주를 주면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어 일괄생산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가격부담도 줄이고 있다”면서 “저가 중국산 제품이 아무리 밀려와도 기술력에 더해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어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2014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연계투자’를 받았다. 기보는 이에스브이의 미래 성장성을 확인하고 은행대출 보증을 서 주면서 1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기보는 38억원의 자본이득을 실현할 수 있었다. 정부 보증기관과 중소기업이 윈-윈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이에스브이는 드론, 스마트카 기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플라이 드림’이라는 고유브랜드로 어린이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타이가’ 브랜드로 성인용 드론을 만들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며 “카본 소재로 가볍고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레저용으로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브이의 성장을 견인했던 초기제품은 로봇청소기였다. 대기업과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대표는 “로봇청소기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비즈니스모델 개편을 고민하던 중 드론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며 “위치인식 장치에 대한 핵심기술이 있었고 이를 드론에 적용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판교=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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