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가 외식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추진한다. 경쟁사보다 열세인 패스트푸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매각 조건을 놓고 이견이 큰데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 이후 잇따라 인수합병에 차질을 빚고 있어 실제 인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한국맥도날드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대상 점포는 한국맥도날드 전체 428개점 중 직영점 301개점이다. 앞서 맥도날드 본사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 맥도날드 직영점을 매각해 가맹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가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하면 그룹 내 외식사업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운영을 담당할 전망이다. 베이커리전문점 뚜레쥬르와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 등을 통해 구축한 외식사업 노하우를 햄버거로도 확장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CJ푸드빌은 현재 햄버거전문점으로 빕스버거 1개점만 서울 쌍림동 본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경쟁업체가 앞다퉈 햄버거 시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CJ가 한국맥도날드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으로 풀이된다. 롯데리아는 1979년 1호점을 낸 이래 최근까지 1,300여개점으로 매장을 늘리며 37년 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SPC도 이르면 내달 말 미국 명물 햄버거 브랜드인 셰이크색버거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주요 외식사업에서 이들 기업과 경쟁하는 CJ 입장에서는 매물로 나온 한국맥도날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장포화라는 지적에도 햄버거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그간 국내 햄버거 시장은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이 주도해왔지만 최근에는 뉴욕버거, 맘스터치, 토니버거 등 신생 브랜드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햄버거 시장의 규모를 연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CJ가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하려면 걸림돌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인수대금이 최소 3,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등 상당한 금액이 필요한데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매년 로열티를 미국 본사에 지급해야 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 햄버거 브랜드가 잇따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CJ푸드빌은 2006년 미국 아이스크림전문점 콜드스톤을 국내에 들여왔다가 지난해 철수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 자체는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CJ그룹의 외식사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재현 회장 부재라는 변수에 KG그룹 등 인수전에 뛰어든 다른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